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치인 김근태' 아닌 '휴머니스트 김근태'로 기억되는 공간으로
알림

'정치인 김근태' 아닌 '휴머니스트 김근태'로 기억되는 공간으로

입력
2021.12.13 13:00
24면
0 0

서울 도봉구에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
도서관+박물관+전시관 통합 '라키비움형'
이순임 관장 "민주주의·인권 특성화 도서관"
"도서관 마을 공동체 통해 민주 가치 학습"

이순임 김근태기념도서관장이 9일 김근태기념도서관 건립 방향과 운영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이순임 김근태기념도서관장이 9일 김근태기념도서관 건립 방향과 운영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민주화 운동과 인권 존중의 뜻을 잇기 위한 ‘김근태기념도서관’이 지난 4일 서울 도봉동에서 개관했다. 이달 30일은 김 전 의원이 사망한 지 10주년 되는 날이고, 도봉구는 생전 김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순임(57) 김근태기념도서관 초대 관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근태라는 이름이 차지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도서관이 민주주의로 가는 정류장과 기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도봉구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인재근 의원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서울 도봉구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인재근 의원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기록관과 박물관 등의 형식이 가미된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의 시설로 운영된다. 민주주의와 인권 특성화 도서관이라는 취지에 맞게 각종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김 전 의원의 생전 유품과 기록물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전시도 이어진다. 김 전 의원의 생전 어록을 활용해 '대화할 수 있는 용기' '따뜻한 손길' '희망은 힘이 세다' '평화가 밥이다' 등 도서 분류명도 새롭게 만들었다. 내년에는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주제로 한 공모전과 기획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다.

도봉구에서만 25년 넘게 살아온 이순임 관장 역시 김 전 의원의 생전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 관장은 "스무 살 무렵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연설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실천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민주주의 활성화라는 그의 뜻을 이어가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0여 년 전 인천에서 살다가 비가 온 뒤 짙게 드리운 도봉산의 운무를 보고 도봉구에 정착했다는 이 관장은 지역에서 딸 다섯을 키우고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16년 넘게 돌봤다. 그는 다양한 교육과 육아 노하우를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도서관 관장이라는 이름보단 '동네 왕언니'로 통한다. 이 관장은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알 정도로 주민들과 교류가 활발했다"며 "그 과정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책 읽기를 통해 인간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도봉시민회 교육간사로 풀뿌리 주민운동을 시작한 그는 독서동아리 13개와 교육 품앗이 9개를 운영하며 주민들과 책읽기 운동을 펼쳤다. 150여 명 주민들과 10만 원씩 출자금을 모아 99㎡ 남짓 공간을 마련한 뒤, 정보 공유와 사랑방 역할을 한 '초록나라 도서관'을 운영했다. 이 같은 다양한 도서관 활동을 인정받아 2010년 도봉구 공공도서관으로 영입돼 도봉구의 도서관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이 관장은 "도서관과 마을, 교육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도서관 주민 공동체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 학습을 강조해온 김근태 전 의원의 뜻을 잇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김근태기념도서관에 김근태 전 의원이 남긴 '한반도의 꿈, 평화'라는 육필이 전시돼 있다. 김재현 기자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김근태기념도서관에 김근태 전 의원이 남긴 '한반도의 꿈, 평화'라는 육필이 전시돼 있다. 김재현 기자

이 관장은 김근태기념도서관이 '정치인 김근태'가 아닌 '휴머니스트 김근태'로 기억되는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 우리나라 민주화를 사수하기 위해 힘쓴 수많은 사람들의 공적이 김근태를 통해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김근태기념도서관이 민주 인권 평화라는 3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민주주의 인권 특성화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며 "도서관이 마을 민주주의의 허브로서 토론과 문화가 흘러넘치는 공간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김근태기념도서관 안에 각종 도서가 비치돼 있다. 김재현 기자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김근태기념도서관 안에 각종 도서가 비치돼 있다. 김재현 기자


김재현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