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말잔치가 난무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자며 여야 공히 특검을 주장하지만 정작 특검법 협의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 코로나19 손실보상에 대해서도 ‘50조’ ‘100조’를 경쟁적으로 외치더니 추경 편성과 예산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 주권자의 선택이나 민생은 외면한 채 대선 판도에 미칠 유불리만 따지는 여야의 얄팍한 속셈에 넌더리가 난다.
대장동 특검은 여야 대선 후보의 입씨름 대상으로 전락했다. 주말 동안 대구ㆍ경북을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등을 언급하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강원도 일정을 소화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포함시키자고 한 것이 한참 전”이라며 응수했고 이 후보가 “그럼 여야가 국회에서 실질적인 협의를 개시하도록 요청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여야가 수사 대상뿐 아니라 특검 구성이나 도입 방식 등 전방위에서 대치하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후보의 시간끌기용 공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손실보상 공방은 더욱 한심하다.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자 윤 후보가 ‘50조 원 손실보상‘으로 응수하고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0조 원을 얹어 ‘100조 원 손실보상’을 제시하면서 정치권 화두가 됐다. 하지만 이 후보가 당장 지급을 위한 추경을 주장하자 야당은 ‘정권 교체 이후 지급’으로 슬그머니 발을 뺐다.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지원 규모만 부풀리다가 지급 시기를 두고는 각자 유리한 입장에서 공방만 거듭하는 셈이다.
대선 투표일까지 채 석 달이 남지 않았다. 당장 특검을 도입해도 대선 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빠듯하다. 여야 후보가 말로만 특검을 외칠 게 아니라 실질적인 특검 협의를 시작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주권자의 바른 선택을 도와야 할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손실보상 방안도 조건없이 협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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