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좌장, 선거전략통 이해찬 전 대표 등판
"국민의힘 선대위, 왕 노릇 하려는 오합지왕"
"이재명은 발전하는 사람, 보통내기 아냐"
유시민 이어 여권 빅스피커들 본격 등판
'매운맛' 해찬들이 돌아왔다.
한동안 공개석상에서 발언을 자제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상임고문이라는 '명예직'으로 물러나 있던 친노, 친문 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얘기다. '해찬들'은 이해찬 전 대표와 이름이 비슷한 고추장 제조회사의 매운맛 이미지를 빌려온 자천타천 애칭. 마침 이 전 대표의 고향은 청양고추가 유명한 충남 청양이다.
재야시절을 거쳐 1988년 정계 입문 후 33년의 정치인생 동안 7선에 성공한 민주당 최다선 의원, 두 번의 당대표, 실세 국무총리 등 화려한 스펙을 쌓았지만, 그의 특장점은 선거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에서 손꼽히는 기획통이자 전략가로 선거를 진두지휘해 여러 차례 승리를 이끌었다. 대선만 해도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다.
잠행 깬 이해찬 "진영 사람 모두 나설 때" 총출동 명령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이후 두 달여 만. 이 전 대표는 잠행을 깨고 나온 이유에 대해 "대선은 후보가 주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비공개로 도와줬는데, 이제 선거가 90일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우리 진영 모든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될 시간이 왔다"며 출격 신호를 알렸다.
정치평론 은퇴 선언까지 번복하고 돌아온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이어 이해찬 전 대표의 등판까지.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여권의 '빅스피커'들이 총출동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습이다. 해찬들 귀환의 첫 무대는 역시 친여 성향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이었다.
국민의힘 선대위? "전부 왕 노릇 하려는 오합지왕들만 모여"
'해찬들' 명성답게 야권을 향한 공격은 초장부터 매웠다.
먼저 윤석열 후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 3각 편대로 구성된 국민의힘 선대위에 대해선 "전부 왕 노릇 하려는 오합지왕들"이라고 일축했다.
어중이떠중이 무질서하게 모여든 무리를 일컫는 사자성어 '오합지졸(烏合之卒)'을 한 번 더 비꼰 것으로, 후보보다 선대위원장, 당 대표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까 저게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또 어디에 갈지 잘 모르겠다"며 "대선은 후보가 중심이 되어야지 그런 지원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선거는 반드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대표가 후보 간담회 등에 동행하며 마이크를 넘겨받은 상황에 대해서도 "(후보가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는 건지 분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렇게 해서 만약에 당선이 되면 그 집단이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한 민주당과 참여정부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선 "우리 당에서 주류를 형성했던 분들도 아니고, 한 번 물러나신 분들 아니냐. 그분들을 모아서 하는 건 진취적이거나 발전적인 건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분들의 영향을 받아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민주당 지지자들은 거의 없다.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된다"고 단언했다.
"미래로 개척하는 이재명이냐, 과거 고수하는 윤석열이냐"
"미래로 개척하는 이재명이냐, 과거를 고수하는 윤석열이냐의 싸움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 전선을 이렇게 규정하기도 했다.
먼저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1980년대 사고 그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기본 자질부터 문제 삼았다. "120시간 노동 얘기를 하질 않나,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최저임금이라는 건 강제 기준이다.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의식 가지고는 나라를 경영하면 큰일 난다"고 지적하면서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자꾸 발전하는 사람이다. 보통내기가 아니다"라고 치켜세웠다. 부정적 이미지에 많이 가려져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본인도 헷갈렸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이 후보가 재판도 받고 하는 과정 속에서 말하자면 잘못된 이미지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할 정도였으니까"라며 "나중에 내가 당대표 되어 가지고, 경기도지사하고 정책협의회를 많이 하는데, 우리처럼 교육받고 살아온 사람들이 미안할 정도로 혼자서 어려운 난경을 극복했지 않으냐. 그런 점에서 보면 참 대단한 의지와 능력, 집념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우열 가리기 어려운 판세... 1월 설 무렵이 중대 분수령"
여론조사 지지율 판세에 대해선 "지금은 거의 붙었다고 봐야 한다"며 "아주 극단적으로 왜곡된 여론조사들을 빼고 어느 정도 객관성이 있는 걸 중심으로 본다면 거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붙어 있는 형세"라고 분석했다.
높은 정권 교체 여론이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과 관련해선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언론이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를 주장한다고 해서 '윤석열로 해야 된다'는 주장은 (교체론 중) 50% 중에서 60%밖에 안 된다. 그러니까 (전체의) 30% 남짓 정도밖에 안 되는 반면, 정권을 유지해야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한 40몇% 되는데 대부분은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서다.
여론조사에서 50%가 정권 교체를 바란다고 해도 그중 윤 후보의 지지자는 60∼70%에 불과하고, 정권유지론이 40%로 낮더라도 그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자라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이제 (내년) 1월 말까지 한 달 반 동안 후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지형이 좀 형성된다고 볼 수가 있다"며 "아마 내가 보기에는 피크는 1월 말 구정(설) 무렵쯤이 되지 않을까"라며 내년 설 전후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본인의 활동 반경과 관련해 '조언자'와 '스피커' 역할을 자처할 뿐, 선대위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상임고문이라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는 조언해주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간접적 지원 역할하는 것이지 전면에 나서서 끌어가는 건 아니다"라면서다. 중도로 외연 확장하는 데 본인의 전면 등장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전략적으로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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