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두환 경제는 성과" 이재명 발언에 정치권 아전인수식 해석만
알림

"전두환 경제는 성과" 이재명 발언에 정치권 아전인수식 해석만

입력
2021.12.13 16:00
수정
2021.12.13 16:32
0 0

전두환 비석 밟던 이재명 "공과가 병존" 평가에
국민의힘 "이재명식 말바꾸기 전형" 비판
민주당 "이재명 평가는 윤석열과 달라" 방어 나서
심상정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 쓴소리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 번째 행선지로 고향 안동이 속해 있는 대구·경북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구국용사 충혼비를 참배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 번째 행선지로 고향 안동이 속해 있는 대구·경북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구국용사 충혼비를 참배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이 말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씨가) 정치는 잘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는 윤석열 대선후보 발언으로 십자포화를 받았던 국민의힘은 당장 '이재명식 자기부정'이라고 여론몰이에 나섰고, 여당은 이 후보의 말이 윤석열 후보와 맥락이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해명에 나섰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지지율 답보상태에 여야 모두 외연 확장에 나선 가운데, 후보들의 전두환 평가는 대선 화약고가 돼 버렸다. 지역 민심 달래기로 꺼낸 후보 발언이 확대재생산되며 다른 지역의 거센 반발을 얻고, 사과와 해명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발단은 지난 10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전두환씨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이분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라며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전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고 어젠다만 챙기겠다"는 망언을 쏟아내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는 없다"(11월 28일 광주)며 윤 후보를 공격했다. "전두환씨는 내란범죄의 수괴고 집단학살범"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반란범"(10월 22일 광주 5·18 묘역)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이재명식 자기부정의 연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월 22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에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을 밟고 서 있다. 이 후보는 주변에 "윤석열 후보도 여기 왔었느냐"고 물은 후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 밟았겠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월 22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에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을 밟고 서 있다. 이 후보는 주변에 "윤석열 후보도 여기 왔었느냐"고 물은 후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 밟았겠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후보는 이틀 전 칠곡 방문에서 미묘하게 평가의 결을 바꿨다. "전두환이 군부독재자이긴 하나 당시의 공을 평가할 부분도 있다"면서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라고 언급한 것. 이 후보는 10일 대구 방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산업화의 성과를 낸 대통령"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비판했다. 광주에서는 전두환 비석까지 밟아가며 '학살자' 지적하고는 경북에서는 '성과도 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자기부정의 연속인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 지도자 자격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아무리 표가 급하다 한들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자기부정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뼛속까지 거짓말'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한 윤희숙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세간의 말처럼 정말 이중성격인 건지 걱정"이라며 "이렇게 자신의 말을 새털만큼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무슨 책임을 지겠느냐"라고 했다. "이런 이들을 퇴출시키고 책임 정치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언론과 국민이 줄기차게 '국민을 금붕어 취급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방문지역에 따라 전두환 평가의 방점을 바꾸는 '립서비스'가 득표에 이득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왔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이 대구·경북(TK)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정당했다는 연설 후 당대표가 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TK에서 한다고 해서 TK에서의 민심이 이재명 후보를 향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여당 "우린 윤석열과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참배하며 방명록을 쓰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참배하며 방명록을 쓰고 있다. 뉴스1


한편 여당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전두환 평가가 윤 후보와는 질적으로 다른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대통령을 치하한 발언하고는 결이 다르다고 본다"며 "윤석열 후보 같은 경우는 전두환을 평가할 때, 5‧18 빼고 나머지는 다 잘했다고 좋은 정치를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아마 국민들이 불편해하셨을 것이고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도 군사 쿠데타와 5·18 유혈 진압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는 지적에는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남겨 두자"며 "아마 이재명 후보께서 대구·경북 가서 박정희 전두환에 대한 나름의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에 대한 국민적 판단과 윤석열 후보가 지난번에 전두환씨에 대한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대한) 아마 국민적인 평가가 저는 다를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최택용 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역시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세밀하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이 후보를 감쌌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후보는 진화에 나섰다. 12일 '표심을 얻고자 전두환에 대한 평가까지 뒤집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이 후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라며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역사적인 죄인이라고 말했는데 그중 일부만 똑 떼서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 본인 말씀대로 석고대죄하길'이란 글을 올려 이 후보의 반론을 비판했다.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재평가한 그 사실부터 틀렸다. 전두환의 경제는 한 마디로 '노동자 고혈 경제' 였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12월 13일 페이스북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을 100% 부정하지 않고 정치는 잘했다고 평가했을 때 "호남을 능멸했다, 석고대죄하라" 분명히 말했습니다. (...)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똑같이 하시기 바랍니다.


이윤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