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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자 보호하겠다더니 ... 방역패스 첫날 먹통된 QR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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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자 보호하겠다더니 ... 방역패스 첫날 먹통된 QR인증

입력
2021.12.14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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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질병청 "시스템 과부하 사과"
시스템 문제 때는 과태료 등 적용 않기로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밤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방역패스 의무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밤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방역패스 의무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점심때도 먹통이던 QR코드가 저녁에 또 문제네요."

13일 저녁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는 출입구에서 방역패스(백신접종·음성확인서) QR코드를 아예 확인하지 않았다. QR 체크인이 먹통이 되면서 길게 늘어선 대기줄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안심콜'만 활용했다. 점심시간에 이어 저녁시간에 또다시 질병관리청 쿠브(COOV) 앱과 연동된 QR코드창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점심 식사 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쿠브앱 QR코드가 작동되지 않았다. 정상화된 시간은 오후 1시 30분경. 점심 식사 시간 동안 식당과 카페 등에서 QR체크인 수요가 몰리자 시스템이 다운된 것이다. 이후 정상화되는 듯했으나 오후 7시 전후 저녁 식사 수요가 몰리자 또다시 시스템은 먹통이 됐다. 6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시스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꽉 막힌 QR코드에 점심, 저녁 혼란

이 때문에 하루 종일 식당, 카페 등의 주인과 손님들은 우왕좌왕 불편을 겪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는 작동하지 않는 인증 앱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민들로 대기줄이 길게 생겼다. 계속되는 시스템 먹통에 당황한 직원들은 "접종 확인 문자를 보여주면 된다"며 안내했지만, 손님들은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감자탕 가게도 상황은 비슷했다. 시스템 먹통으로 손님들이 10분 넘게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직원들은 안심콜만 하고 식사를 마칠 때쯤 다시 방역패스를 확인하기로 했다. 손님 김모(53)씨는 "다른 대안도 없이 급하게 시행하려니 이런 사달이 나는 것 아니겠냐"며 얼굴을 붉혔다. 직원 강모(48)씨는 "QR인증이나 안심콜만 하던 때는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했는데, 방역패스까지 확인하려니 여유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QR 말고 차라리 스티커를 받겠다

이렇게 되자 극단적 불만도 쏟아졌다. 경기 화성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49)씨는 "13일부터 장사하지 않겠다고 손님들에게 공지했다"며 "장사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권모(33)씨도 "왜 업주들에게만 방역패스 확인 부담을 지우느냐"며 "구청에서 단속한다고 해도 방역패스 확인은 안 할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스마트폰을 통한 방역패스 인증이 어려운 이들은 일찌감치 동주민센터에서 접종완료 스티커를 발급받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날 오전 영등포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박찬식(57)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더라도 필요할 것 같아 스티커를 받으러 왔다"며 "지갑은 항상 들고 다니니까 마음 편히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하루에 어르신들 위주로 20~30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만남이 많아지는 연말에는 방문하는 주민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왕좌왕 질병청 KT 탓했다가 ... "그건 아니고"

혼란이 더해지는 가운데 방역당국의 대응도 엉망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점심시간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쿠브 서버가 위치한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접속 부하로 인해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KT 측에서 클라우드 용량 초과 등 이상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서버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자, 그때 가서 질병관리청은 "KT DS 클라우드센터에 운영서버가 있다는 뜻이지, 서버 운영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8시 30분이 돼서야 "방역패스 시행에 대비해 전자예방접종증명서 관련 서버 증설 등 사전 조치를 했음에도, 실시간 대량 인증처리 장애 등 과부하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13일 하루 동안은 방역패스 위반 사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방역패스 시행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QR코드 문제 언제 해결될지 몰라

하지만 언제 이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해서는 똑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은 "대량인증절차 효율화 등 긴급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며 "내일도 접속 오류가 계속될 경우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방역패스를 비롯해 각종 지도 점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치솟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에 난감해하는 눈치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계도기간에 업주들에게 방역패스 인증을 안내하자 물건을 집어던지고 항의하는 업주도 있었다"며 "영세업체들도 적지 않아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하고 단속하는 게 버겁다"고 털어놨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첫날부터 방역패스 관련해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은 고정 인력을 쓰기 힘들기 때문에 전체적인 운영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김재현 기자
나광현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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