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홈페이지에서 민원 접수
후보가 직접 현장에서 봉사하며 유세
지난 9일 자신을 '서울 장안동에 살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A씨는 온라인 홈페이지 '철수마켓'에 글을 썼다. "밀린 잔업 처리를 위해 주말에 (회사에) 나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실 수 있으실까요? 강아지도 있습니다만. 이런 것도 해 주는지, 말도 안 되겠지만 올려봅니다."
A씨의 요청에 응답한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다. 안 후보는 지난 12일 A씨 자택으로 가서 A씨가 일하는 동안 일곱 살 딸과 두 살 아들,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보살폈다.
'철수마켓'은 12일 문을 연 안 후보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접속하면 "당신의 곁에서 안철수를 팝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패러디했다. 안 후보가 당근을 들고 있는 사진도 있고, 홈페이지 디자인이 주황색으로 꾸며져 있다.
'당근마켓' 벤치마킹... "안철수표 무료 서비스 신청하세요"
'철수마켓'에 접속하면 누구든 '서비스 신청하기' 게시판에서 안 후보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14일 게시판을 보니,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을 도와주세요' '직장인이 많은 마곡에서 전단지 홍보를 신청합니다' '제 세례식에 오셔서 축하해 주실 수 있나요?'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안 후보가 응답할 사연을 고른 뒤 현장에 가서 무료로 봉사하는 구조다. 유권자 1대1 맞춤형 선거 운동인 셈이다.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안 후보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했다.
'철수마켓'은 안 후보와 젊은 유권자 간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철수마켓'이 벤치마킹한 '당근마켓'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로 이용하는 건 10대, 20대와 30대다. 서비스 신청 게시글을 읽음으로써 안 후보가 요즘 젊은 세대의 고민을 이해하게 되는 셈이다. 안 후보는 오랜 기간 '청년 정치'의 상징이었다. 10년 전 토크쇼 '청춘 콘서트'의 열풍이 그를 정치권으로 밀어올렸다.
안 후보는 얼마 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 등장했다. "청년들과 쇼가 아닌 진실한 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은 정치판에서 드문 일"이라며 "왜 이처럼 밝은 청년의 공간을 진작 만들지 못했나 싶다"고 썼다. '철수마켓'은 그 부러움을 실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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