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독자의 일상에 각인되고 싶은 뉴스레터들
② 포털, 유튜브 중심 환경.. 수치로는 한계 명확
③ 브랜딩, 소통 강화 위한 최선의 노력
편집자주
단단히 연결된 우리를 꿈꿉니다. 독자, 콘텐츠, 뉴스룸이 더 친밀히 연결된 내일을 그려봅니다. 늘 독자를 떠올리며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일보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연결을 꿈꾸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꼭 붙든 한국일보 뉴스룸의 이야기, '연결리즘'에서 만나보세요.
“당신의 감각과 지성을 일깨우는 생활 습관은 무엇인가요?” 누구에게나 자신의 루틴(routine)이 있다. 메달리스트나 레전드 운동선수가 아닐지라도. 아침을 열고, 한 주를 계획하고, 업무를 시작하고, 하루 중 쉼표나 마침표를 찍는 매 순간 가장 즐겨 하는 일상의 통과의례다. 운동, 스트레칭, 명상으로 여명을 맞기도 하고, 라디오ㆍ팟캐스트ㆍ플레이리스트와 함께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훑어보고, 메일함을 여는 이도 많다. 드물게는 책이나 신문을 펼쳐 들기도 한다. 이런 일상의 흐름 속에서 뉴스 콘텐츠는 의식적으로 읽히기도 하고, 무심결에 숨쉬듯 소비되기도 한다.
근래 많은 매체들의 고민은 뉴스 이용자들의 이런 생활 습관에 각자가 정성껏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 포함시킬 것이냐에 놓여있다. 우연히 눈에 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상 루틴의 하나로 독자의 삶에 각인된 정보수집 채널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첫 난관은 전 매체들이 그간 이에 용이한 압도적 플랫폼 자체를 확보하지 못해왔다는 데 있다. 각인은커녕 우선 우연히 발견이라도 될 경로를 찾는데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은 네이버ㆍ다음과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72%로 46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SNS 중에선 유튜브 이용률이 44%로 유독 높았다. 46개국 평균 29%에 비해 15%포인트나 높았다. 한국에서는 유튜브에 이어 카카오톡 27%, 페이스북 16%, 인스타그램 12%, 트위터 7%, 밴드 및 카카오스토리 각 5% 순이었다. 근래 한국 뉴스 이용자의 ‘루틴 순위’를 매긴다면 유튜브, 포털,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순이 될듯하다.
전통적인 취재ㆍ기획ㆍ제작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유입경로, 유통채널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닷컴이나 유튜브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시에 각 매체마다 SNS와 이메일함의 문도 두드린다. 때론 온 업계의 노력 하나하나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뉴스레터는 그런 여러 시도 중에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도드라져 보이는 현상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외신의 성공사례가 주목 받기도 했고, 국내에 여러 관련 스타트업이 성과와 트렌드를 이끈 영향도 있다. 스티비처럼 제작 환경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등장이 레터의 물적 증가를 가져온 덕도 있을 것이다. 이런 탓에 언론계에선 뉴스레터 등장을 하나의 유행병 바라보듯, 우려와 걱정을 담아 보는 시선도 드물지 않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각 시도들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열병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진정성과 가능성들이 적잖다.
한국일보 뉴스레터는 올해부터 총 9종으로 선보이고 있다. 2019년 11월 처음 발행된 ‘뉴잼’은 2021년 새단장을 했다. 뉴잼 브리프(화요일)와 뉴잼 스토리(금요일)로 나눠 두 차례 발행된다. 브리프에는 놓치기 아까운 한국일보의 집요한 취재·탐사·기획을, 스토리에는 다른 곳에선 찾기 어려운 깊이 있는 인터뷰·연재·이야기를 담는다. 뉴스룸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다시 한번 일목요연하게 정돈해 발견 기회를 높이기 위해서다.
독자의 명확한 관심사에 집중하거나, 베테랑 및 전문기자의 식견을 담는 레터도 따로 있다. △'이충재의 인사이트'는 세상을 보는 균형추를 자부하는 한국일보의 오피니언 총책임자, 이충재 주필이 엄선한 화두를 주중 매일 오전 7시 발송한다. 특히 중도 정론지를 표방하는 한 전통 언론사의 오피니언 총책임자가 매일 새벽 써 내려간 편지를 아침마다 발송한다는 건 흔치 않은 강점이다. (▶ 이충재 주필 인터뷰 확인하기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0012)
△'가만한 당신, 못다 한 말들'은 국내 유일 부고 연재인 ‘가만한 당신’의 짝꿍 레터다. △'무낙'은 독자들의 일상에 문학을 똑똑(knock knock) 두드리는 친근한 문학 이야기다. △'고은경의 애니로그'는 반려견 꿀꿀이와 16년 7개월을 동고동락한 애니로그랩장이 쓰는 쉽고 정확한 동물 이야기다. △'허스토리'는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주인공인 뉴스, 젠더 관점으로 바라본다. △'토끼랑 산다'는 토끼랑 동거 9년차 집사가 전하는 토끼의 세계다. △'라제기의 영화로운'은 소문난 시네마니아, 영화 전문 기자가 전하는 남다른 시네마 토크다. 하나 같이 쉽고 친절하게 쓰되 알차게 담으려 애쓴다. (▶ 한소범 ‘무낙’ 담당기자 인터뷰 확인하기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933)
물론 냉정하게 보면 뉴스레터 발행은 한계가 매우 명확한 도전이다. 뉴스레터라는 수단으로 접근 가능한 독자가 전체의 극히 일부인 탓이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서 이메일 뉴스레터가 뉴스 이용의 주경로라고 답한 비율은 46개국 평균 5%, 한국은 3%였다. 게다가 스티비의 '이메일 마케팅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회사ㆍ단체(독자 5,000명 초과)가 발송한 이메일의 평균 오픈율은 11.7%, 클릭율은 1.9%였다.
44%의 한국인이 유튜브를 이용할 동안 레터를 확인하는 한국인은 3%에 불과하며, 그를 향해 보내는 메일 조차도 10개 중 1개 정도만 스팸메일함이나 휴지통 신세를 피한다는 의미다. 뉴스레터가 유독 새롭게 도드라져 보이긴 하나 당장의 효과나 규모로만 보면 디지털혁신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극히 일부 움직임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콘텐츠의 근본 품질로 승부하려는 노력이나 다른 플랫폼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매체들이 레터를 포기하긴커녕 갈수록 공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은 늘 중요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포털과 유튜브 이용을 편히 느끼는 터라, 레터 같은 작은 가능성의 유입경로, 유통채널까지 총동원하지 않고서는 정성 들여 만든 자기 콘텐츠의 가치를 잠재독자들에게 제대로 큐레이션하고 알릴 기회가 희박한 탓이다.
레터가 혁신의 특효약은 아니나 매체 브랜드와 특화 콘텐츠를 알릴 브랜딩의 베이스 캠프가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독자와 직접 소통할 계기도 는다. 레터를 기반으로 기획자 및 필자들이 텀블벅 펀딩, 독자와의 만남에 나서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이런 노력을 알아챈 독자들의 반색이다. 설문폼을 통해 전해지는 독자들 반응은 이렇다. “아침을 한국일보가 주는 유익함으로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무낙 레터 꼭 기다렸다 챙겨봅니다.” “허스토리 덕분에 한국일보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때로는 업계의 걱정 어린 시선과 마찬가지로 혁신을 ‘감당할 체력’(미디어오늘)까지도 함께 걱정해주는 독자들의 피드백을 보고 있노라면, 동료들과 레터를 의논하는 마음가짐을 가다듬게 된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끊길까 두렵습니다.” “지치지 말고 보내주세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치려야 지칠 수가 없는 혁신의 노정이다.
▶ ‘쉽고 알찬’ 한국일보 뉴스레터 살펴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News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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