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멈췄던 일상을 되찾을 거란 기대는 한 달 보름 만에 실망으로 반전됐다. 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확진자와 위중증자, 사망자 앞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택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즌2'를 시작하기에 앞서 방역과 보상이라는 두 축을 정교하게 매만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보건복지부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멈추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하는 방안을 공개한다. 적용시점은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이르면 18일부터가 될 수도 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방역대책 강화를 언급하면서 동시에 "또다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적절한 손실보상 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진자 폭증해 4단계 수준으로 어림없다
정부는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수도권 4인, 비수도권 6인으로 줄이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나 10시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거리두기 4단계에 비해서는 다소 느슨한 대책이다.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사적모임을 허용했고, 클럽·유흥주점 등에 대해서는 집합금지를 적용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정도의 사회적 방역으로는 확산세를 꺾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지난 7월 초에는 확진자가 700명대에서 1,200명으로 증가한 반면 최근에는 3,000명대에서 7,000명대로 늘어, 확진자 규모 자체가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폭증세를 제어하려면 사실상 셧다운에 가까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수시설 제외, 6시 이후 셧다운까지 고려해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필수 시설을 제외한 모든 곳에 영업제한을 적용하는 게 차라리 낫다"며 "조금 해보고 2주 뒤에 더 강화하고, 그것도 안 되면 또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면 의료체계와 자영업자 모두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역학 근거에 기반한 효율적 거리두기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마상혁 대한백신협회 부회장은 "고위험군 지역이 어딘지 판단해 세부적인 정책을 짜야 효과도 있을뿐더러 일괄규제에 비해 손실보상을 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식당·카페처럼 마스크를 벗는 곳은 거리두기를 해도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없으니 강하게 규제하되, 감염 확률이 떨어지는 다른 시설들은 이보다는 좀더 느슨하게 적용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손실보상 현실화하고 거리두기 로드맵 제시해야
물론 이런 강력한 방역 강화 대책에는 '전면적 손실보상'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보상 없이 방역만 강조하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이 때문에 방역조치를 아무리 강화해도 따르지 않는 사람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사람까지 나오게 돼서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경제민생분과 위원인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먼저 감염재생산지수 등을 근거로 병상 확보 등에 소요되는 기간 같은 걸 계산해서 제시하는 등 일종의 거리두기 정책 로드맵을 내놨으면 한다"며 "기간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거리두기에 돌입한다고 하면, 이미 초라한 수준의 손실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방역패스 적용에 따른 보상 규정은 아예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보상 후규제' 필요성도 거론됐다. 김동현 한림대 보건과학대학원장은 "다른 나라들처럼 임대료, 인건비 등 예측 가능한 고정비를 먼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이미 불만이 가득한 자영업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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