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경전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는 '언패이출자 역패이입(言悖而出者 亦悖而入)'이란 구절이 있다. '말이 남에게 거슬리게 나가면 역시 거슬린 말이 자기에게 돌아온다'라는 뜻인데, 남 탓하기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어쩌면 꼭 필요한 진리가 아닌가 한다.
리치(Leech)의 정중어법(11월 12일 우리말 톺아보기 참고) 두 번째는 '관용의 격률'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될 책임은 자신의 탓으로 돌려 상대방에게는 부담을 덜 주고, 혜택을 더 주고 있다는 표현을 최대한으로 하는 어법이다. "오늘 꼭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셔야 해요"처럼 말하는 것은 명령형이지만, 듣는 사람에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닌 더욱 혜택이 되는 일이라고 확신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또는 "목소리가 작네요. 크게 좀 말씀하세요"보다는 "제가 뒤에 앉아서 잘 못 들었는데, 한 번만 다시 크게 말씀해 주시겠어요?"처럼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책임과 부담이 말하는 나에게 모두 있다고 말할 때 상대방의 기분은 상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관용의 격률을 준수한 정중한 말하기이다.
대화에서 정중함을 지킨다는 것은 화자와 청자의 힘을 겨루는 것이다. 서로가 누가 센지에 대한 힘의 무게를 겨루는 것이 아닌, 내 탓으로 일어난 것임을 책임지는 힘의 방향에 관한 것이다. 무자비하고 남에게 거슬리는 말이 힘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용'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며, 동시에 상대를 너그러이 이해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관용으로 베푸는 정중어법을 지켜 구성원 서로가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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