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에 3번 사과... 90도 인사
민주당 벼른 김건희 공세도 주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장남의 불법 도박'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 후보는 신속히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날 오전 약 2시간 만에 3번이나 사과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취약한 도덕성에 또 한번 치명상을 입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가족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들춰내 역전극을 쓰겠다는 전략도 삐끗하게 됐다.
보도 4시간 만에 신속 사과 "형사 처벌도 피하지 않을 것"
조선일보는 이날 이 후보의 장남이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들을 근거로 불법 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 약 200개의 글을 썼다. 해외 포커 사이트의 칩(게임 머니)을 거래하자는 글을 활발하게 작성했고, 서울과 경기도의 불법 도박장 방문 후기도 남겼다.
이 후보는 곧바로 사과했다. 입장문을 내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고 인정했다. 또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하여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아들의 도박 중독 치료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사과를 할 거면 '넘치게' 하겠다고 작심한 듯했다. 뒤이어 열린 선거대책위 행사에 참석해 90도로 허리를 숙였고, 인터넷 언론사 합동 인터뷰에서도 "(불법 도박이) 형사 처벌 사유가 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고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장남 동호(29)씨도 실명 입장문을 내 사과했다. 그는 "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전방위 사과'를 놓고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시원하게 사과하지 않는 윤석열 후보와 차별화하려는 게 아니냐"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건희 공세 고삐 죄던 민주당은 당황
아들의 불법 도박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이 후보 본인의 의지였다고 한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잘못이 있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음주운전' 등에 대해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함으로써 가족 리스크를 털어내려 애써 왔지만, 그간의 노력이 상당 부분 퇴색하게 됐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깨끗하지 못한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건희씨 의혹을 난타하려던 민주당은 멈칫하게 됐다. 김씨를 공격하면 민주당이 또다시 '내로남불'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후보 선대위에선 신속하고 확실하게 사과했다는 점이 오히려 평가받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가족 의혹에 이 후보가 다른 대처를 보였단 점을 국민들이 봐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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