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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어정쩡 사과' 리스크… "대선후보가 검사처럼 따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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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어정쩡 사과' 리스크… "대선후보가 검사처럼 따져서야"

입력
2021.12.17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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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화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화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배우자 김건희씨가 겸임교수 임용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써냈다는 의혹에 대해 '어정쩡한 사과'를 한 여진이 이어졌다.

윤 후보는 16일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의 대상과 표현은 여전히 모호했다. 윤 후보가 가는 곳마다 "공식 사과를 언제 하느냐" "대국민 사과를 할 계획이 있느냐" 같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사과'가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였다.

윤석열, '죄송하다' 말했지만…

김씨는 15일 한 언론사 기자를 만나 "사실관계를 떠나 사과한다"고 했고, 윤 후보는 "여권의 기획 공세가 부당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유감을 표했다. "사과하는 게 맞는다"며 김씨의 사과를 평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16일 오전 "김씨의 사과가 공식 사과가 맞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공식 사과가 따로 있고 그런 게 아니다. 나와 아내는 국민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사과 등 형식을 갖춘 추가 사과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다시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오후엔 자세를 조금 더 낮췄다. '대국민 사과를 하느냐'라는 물음에 "저나 제 처는 국민 눈높이에 미흡한 점에 대해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래된 일이라 진상 확인에 시간이 걸린다. 내용이 정확히 밝혀지면 제대로 사과드려야지, 그냥 뭐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겠느냐"라며 여지를 남겼다.

김씨가 여권의 음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거두지 않았다. "국민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정치 공세엔 소상히 설명드려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화상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화상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애매하고 한발 늦고… 사과에 인색한 윤석열

윤 후보의 '인색한 사과'는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진의가 왜곡됐다"며 언론을 먼저 탓했다. 사흘 만에 "유감"을 표했다가 비판 여론이 식지 않자 "송구하다"고 정정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개 사과' 사진으로 논란을 더 키운 후에야 자세를 낮췄다.

거듭되는 사과 리스크에 주변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윤 후보가 검사의 시선으로 모든 사안의 옳고 그름만 판단하다 보니 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김씨가 10가지 중 1가지만 잘못했어도 국민 시선에선 잘못"이라며 "정치인의 할 일은 유권자에게 겸손하게 몸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장남의 불법 도박'을 신속하게 인정하고 사과한 장면과 비교되는 것도 부담이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국민들은 정치인의 모든 사정을 헤아리고 판단하지 않는다. 여론을 귀담아듣지 않는 사례가 쌓이면 결국 '불통' 이미지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러다 '사과 타이밍' 또 놓칠라

윤 후보 선거대책위는 윤 후보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장인의 좌익 활동으로 논란이 됐을 때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는 한마디로 여론을 반전시키지 않았느냐"라며 "더 늦으면 사과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가족 문제에 대해 조언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변수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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