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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컷 속 언론 풍경

입력
2021.12.1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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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연설하면서 '세상에는 선함이 있다는 사실을 믿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해 "독성 쓰레기의 홍수"라며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연설하면서 '세상에는 선함이 있다는 사실을 믿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해 "독성 쓰레기의 홍수"라며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2019년 6월 루퍼트 머독이 보유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뉴욕타임스의 발행인 아서 설즈버거의 칼럼이 게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이 보수, 진보를 떠나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 도전임을 알리려는 기획이었다. 트럼프는 당시 뉴욕타임스를 망해가는 신문, 가짜 뉴스, 국민의 적으로 칭했다. 설즈버거는 “트럼프가 우리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급기야 과거 선동 정치가들처럼 반역이란 말로 기자들을 악마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2년 뒤,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 이달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평화상 수상식. “팩트가 없으면 진실은 있을 수 없고, 진실이 없으면 신뢰도 가질 수 없다. 또 신뢰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없으며 세상 문제를 다루는 것도 불가능하다.”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의 수상 연설은 탄압에 굴하지 않고 두테르테 정권의 폭력성을 고발해온 자신의 소명의식이었다. 그런 레사가 이날 경고한 것은 팩트가 중요하지 않게 변한 세상이었다. 권력자의 가짜와 선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실로 둔갑하는 생태계에 대한 규탄이었다.

□ 수상식이 열린 날 ‘세기의 폭로자’인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영국 법원에서 미국 강제송환이 가능한 2심 판결을 받았다. 2010년 그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문서와 아프간 전쟁 기밀문서 수십만 건은 세계를 향해 벌인, 미국 치부를 드러낸 역사였다. 어산지는 단골 노벨상 후보였지만 그의 삶은 유랑해야 했고 지금은 런던 교도소 외진 곳에 유폐돼 있다. 팩트로 진실의 순간을 확 열어버린, 그래서 비참해진 대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공수처는 드러난 것만 10개 언론사의 기자 36명에 대한 통신자료를 이동통신사에서 80여 차례 받았다.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과 ‘이성윤 황제조사 의혹’사건 등의 피의자와 통화한 상대방 조사였다고 한다. 공수처에 비판적인 언론사가 많고, 일부 기자를 반복 조회한 점은 언론사찰 의심을 갖게 한다. 아무리 초행길이라 해도 수사기관의 무더기 언론인 통신조회는 일찍이 없던 일이다. 적어도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 공격' 논란에는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팩트, 진실에 매달리면 분노, 증오 나중에는 무기력,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 풍경들이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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