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걸렸다" vs "가족 비판은 삼가야"... 이재명 아들 대응 野 온도차

김건희 공세 펴는 與에 맞불... "중대범죄"
"자제하자"... '가족 네거티브' 중단 의견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하는 화상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논란을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맹공을 가했다.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빌미 삼아 난타한 민주당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특히 아직 의혹 차원인 김씨 사안과 달리 불법 도박은 명백한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윤 후보의 ‘가족 리스크’도 작지 않으니 지나친 공격은 삼가자는 당내 목소리도 감지된다.

이양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아들의) 중범죄를 단순한 카드게임 사이트 유혹에 빠져 치료대상쯤으로 치부해 버렸다”며 “이런 사과 방식을 보면 끔찍한 모녀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으로 둔갑시켜 사과한 일이 오버랩 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아들의 일탈을 즉시 인정하고 빠른 수습에 나섰지만, 애써 불법 도박이 아닌 것처럼 표현한 발언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후보 아들은 스스로 도박중독자임을 자백하고 있다. 치료받게 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즉시 수사기간에 자수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아들의 범죄로 곤욕을 치른 장제원 의원 사례를 언급하면서 “장 의원은 아들 일로 선거캠프에서 내정된 직마저도 그만뒀다. 국민들이 장 의원에 요구했던 수준과 조치와 상응하는 처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은 대선후보 사퇴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선대위 안에서는 “가족 일로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정책이나 비전이 아닌 후보의 가족 문제로 공방을 주고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지만, 김건희씨 의혹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기류로 풀이된다.

김병준 공동상임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 아들이) 성인이라면 아들대로 독자성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네거티브 공방에 부정적 의사를 나타냈다. 금태섭 전략기획실장도 페이스북에 “당사자가 관여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 문제를 소재로 공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썼다.

윤 후보 역시 가족 문제에서만큼은 비난을 자제했다. 그는 이날 이 후보의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입장에 “일머리도, 진정성도 없는 아무말 대잔치”라고 맹폭한 반면, 아들의 도박 논란에는 “형사법 위반이 명확한 증거로 확인됐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국민께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는 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