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의 계절이 돌아왔다. 추운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을 맛있는 간장에 콕 찍어 먹는 맛은 대체 불가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뜨끈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호로록 마시면 겨울 날씨를 이기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묵을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단 한 번 먹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어묵을 즐기고 인터넷상에서 알리는 외국 사람도 있다.
한편 어묵을 처음 맛보는 데 주저하는 외국인도 많은데, 영어 표기인 ‘Fish cake’가 거부감을 일으킨다고 증언한다. 낯선 문화의 음식을 이방인에게 설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재료와 요리법을 풀어서 말뜻을 설명하는 것이다. 생선을 으깨어 반죽을 하였으니 ‘Fish cake’는 어묵의 뜻을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군대에서 생선묵이라 한다거나 북한에서 물고기떡이라 부르는 예시도 있다. 문제는 생선과 케이크가 조합된 맛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른 방법은 맛볼 음식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유명한 시구와 같이 그저 어묵(eomuk)으로 소개한다. 음식의 영어 표기는 여권에 로마자로 적어둔 ‘내 이름’과 같다. 한국인의 이름을 여권에 외국 글자로 적는 이유는 외국인들이 보고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음식도 좀 보자. 호떡(hotteok)의 이름은 ‘Chinese pancake filled with brown sugar’이다. 떡볶이(tteokbokki)는 ‘Stir-fried rice cake’, 김밥(gimbap)은 ‘Korean version sushi’이다. 온라인의 영상을 찾아보면 외국 사람들이 ‘쌀로 된 케이크’, ‘한국형 스시’라 하는 것보다 이름 그대로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처럼 특정 발음이 어려우면 ‘topokki’로 바꾸더라도 그대로 말한다.
2년 전, 해양수산부가 ‘어묵 영문 명칭 공모전’을 열었다, 이 대회에서 ‘eomuk’이 1등으로 결정되자 참가자들이 크게 항의했다고 한다. 어묵의 세계화를 도울 이름으로 eomuk(어묵)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음식 이름은 어떻게 풀어도 맛과 식감까지 전할 수 없다. 일본에는 유명한 관광지 긴자(銀座)가 있다. 그곳은 ‘Ginza’로 표기되어 있으나 용감하게 ‘진자’로 말하는 외국인은 없다. 외국인이라면 우선 물어보고, 그곳의 말을 따른다. 과연 ‘Fish cake’는 되고, ‘eomuk’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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