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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받들어야 선대에 의리 다해"... 北, 김정일 10주기 '충성심' 고취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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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받들어야 선대에 의리 다해"... 北, 김정일 10주기 '충성심' 고취 기회로

입력
2021.12.17 2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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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추모대회'도 개최... 김정은 참석


김정은(오른쪽 세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인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진행된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세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인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진행된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위잉~”

17일 낮 12시, 북한 평양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김일성ㆍ김정일 동상 앞에 서 있던 주민 수백 명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숨진 지 10년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향한 묵념이었다. 이날 평양의 체감온도는 영하 16도. 매서운 겨울 바람에도 주민들의 자세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장군님은 우리 인민들의 심장 속에 영원히 함께 계십니다”라는 관영매체의 보도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맞은 이날 북한의 추모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노동신문은 1면 전면에 김 국방위원장의 영정 사진과 함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우리 당과 혁명의 영원한 수령이시며 주체의 태양이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어버이 장군님에 대한 불타는 그리움”,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깡그리 다 바치신 자애로운 어버이” 등 갖은 헌사를 동원해 그의 업적을 칭송했다. 특히 올해 김정일 10주기는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자 ‘김정은 집권 10년’과도 맞물려 각별하게 챙기는 분위기다.

북한 당국은 추도 열기를 ‘백두혈통’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강화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문은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드는 게 장군님에 대한 도덕 의리를 다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선대의 유훈을 이어 받은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부각한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인 17일 북한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에서 추모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인 17일 북한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에서 추모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2016년 이후 5년 만에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감염병 확산으로 금수산태양궁전만 참배한 김 위원장은 건물 전면에 걸린 김 국방위원장의 대형 영정사진에 묵념한 이후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66일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김여정 당 부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며, 김정은 동지를 한마음 한뜻으로 받들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10주기 행사는 북중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외교적 성과도 거뒀다. 1992년 한중 수교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2000년 김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시작으로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중(북중) 친선은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불패의 친선”이라고 추어올렸다. 중국도 전날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김정일 10주기 추모식에 왕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참석시키며 예를 다했다. 왕 부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따뜻한 인사와 훌륭한 축원’을 전해 달라고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추모 행사가 양국의 결속을 한층 공고히 하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제재를 겪고 있는 북한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으로 난감한 중국은 최악의 대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김정일 추모와 김정은 축하 분위기에 편승해 서로를 미국에 대응할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셈법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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