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은 대동맥을 통해 몸 전체로 전달된다. 심장에는 4개의 방이 있다. 온몸을 순환한 혈액은 심장의 오른쪽 방을 지나 폐에서 정화된 후 왼쪽 방을 거쳐 대동맥을 통해 다시 몸 전체로 뻗어 나간다.
심장과 대동맥이 연결되는 부위에는 ‘문(판막)’이 있다. 바로 ‘대동맥판막’이다. 대동맥판막은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나가는 대문에 해당한다. 1년에 4,000만 번 열리고 닫힌다. 75세 전후로 30억 회 정도 열리고 닫히는 셈이다. 판막은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단단히 굳어 잘 열리지 않는 병을 말한다. 최익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혈액이 나가는 대문으로서의 기능을 다한 상태로 보면 된다”며 “심장에서 혈액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하면서 호흡곤란이나 협심증과 유사한 흉통, 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방치하면 2년 내 50% 사망… 노화가 대표적 원인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만6,537명으로 2015년 9,141명에 비해 5년간 81%나 증가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사망률은 1년 내 25%, 2년 내 50%로 알려진다. 고장 난 판막을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나타나고 2년 안에 절반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원인은 노화가 대표적이다. 전체 환자의 70% 이상은 70대 이상 환자가 차지한다. 노화된 판막은 탄력성을 잃고 주변에 칼슘이 달라붙어 딱딱하게 변한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면 가슴 통증, 호흡곤란,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대동맥판막협착증을 고령자만 걸리는 병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최익준 교수는 “판막에 압력이 많이 가해지는 고혈압이나 비만, 만성콩팥병 역시 판막 퇴행을 촉발하므로 뚜렷한 증상이 없어도 평소와 달리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이 느껴진다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검사는 비교적 간단한 심장 초음파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데, 위험 인자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심장 초음파검사를 추천한다.
◇치료는 수술이 최선책…최근 TAVI 시술 대세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병든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약물로는 치료가 안 된다.
다만 전신마취 뒤 개흉한 후 심장을 잠시 멈춰 둔 상태에서 판막을 교체하는 과정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기저 질환을 앓고 있으면 회복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시술)’은 이러한 고위험군 환자를 위해 고안됐다. 가슴을 열지 않고 판막을 교체한다. 허벅지 부위를 작게 절개해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은 후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데 수술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
회복도 빨라 수술 후 3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 수면 마취로도 가능해 수술 초고위험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다. 국내 TAVI 시술 성공률은 98%로 알려진다.
최익준 교수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술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저위험군에서도 TAVI 시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이는 수술과 비교해 안전성이나 효과 면에서 뛰어나다는 점이 여러 임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AVI 시술 시행 여부는 판막 석회화를 포함 환자 상태를 고려해 심장혈관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다학제팀과 협의 후 결정된다.
시술 후에는 심장재활클리닉 등을 통한 재활 치료와 함께 올바른 영양 섭취, 유산소운동이 중요하다. 또 삽입된 판막 주위에 혈전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아스피린ㆍ클로피도그렐) 등을 포함한 약물 복용이 필수적이다.
최익준 교수는 “TAVI 시술 후 심장 재활은 빠른 회복은 물론 심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며 “인공 판막 기능이 잘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