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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서울우유는 대체 왜 그랬을까

입력
2021.12.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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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허스토리’는 젠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8시 발송되는 뉴스레터를 포털 사이트에서는 열흘 후에 보실 수 있습니다. 발행 즉시 허스토리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메일로 받아보시면 풍성한 콘텐츠, 정돈된 화면, 편리한 링크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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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Words : 여성의 언어

정말 평등한 사회라면 여성이 국가와 기업의 반을 운영하고 남성이 반을 꾸려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이에요."

셰릴 샌드버그, 저서 '린 인' 中

Her View : 여성의 관점

서울우유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 올라온 신제품 광고 영상 캡처

서울우유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 올라온 신제품 광고 영상 캡처


<37> 서울우유는 대체 왜 그랬을까
(12월 16일자)


안녕하세요, 독자님. 허스토리입니다. 오늘은 한 주를 강타한 '서울우유 광고'를 주제로 가져왔어요. 물론 후진 감수성 그 자체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나, 허스토리가 이미 반복되는 비판 한 마디를 더 얹을 필요는 없겠지요. 대신 허스토리는 이 부분에 주목합니다. 왜 서울우유라는 기업의 공적 의사결정은 잘못된 판단을 걸러내지 못했을까요?


■ 무슨 일인지 모르는 분을 위한 30초 요약

서울우유는 지난달 29일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 우유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한 남성이 카메라를 들고 강원도의 청정지역을 찾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풀밭에서 흰 옷을 입은 여성들이 요가 동작을 하거나 냇가에서 물을 마십니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몰래 담으려던 찰나, 여성들은 모두 젖소로 바뀝니다. 남성이 몰래 여성을 촬영하려는 모습, 여성을 젖소에 비유하는 단편적인 발상에 많은 이들이 공분했습니다. 9일 서울우유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진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서울우유는 왜 잘못된 결정을 막지 못했을까

대체 어떻게 이런 영상이 기획을 거쳐 촬영되고 의사 결정자의 승인을 받아 공개까지 된 걸까요. 아마 그 기저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부족한 조직 내 감수성이 제도화되어 있었을 겁니다. 임원 구성이 이를 방증합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임원 중 상임이사 1명, 이사 10명, 감사 2명, 간부 직원 4명이 모두 중장년 남성이었습니다. 서울우유는 2003년 요구르트 광고를 위해 '알몸 여성 퍼포먼스'를 벌여, 광고담당자들이 공연음란죄 선고를 받은 전적이 있는데요.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처절한 반성과 인적 구성의 변화는커녕, 계속해서 '감수성 제로'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 여성 구성원이 있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물론 서울우유의 임원 성비만이 이번 일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겁니다. 또한 중년 남성 일색인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극소수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가 단숨에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다양성'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한번 상상을 해볼까요. 만약 서울우유의 의사 결정권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젠더 감수성'을 갖춘 이가 있었다면, 혹은 여성 의사결정권자가 있었다면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제동을 걸지 않았을까요.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다양한 고객의 다양한 예상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서울우유 사태가 주는 교훈입니다.


■ 조직 내 다양성, '배려' 아닌 '필수'다
이미 세상의 많은 '돈'이 다양성을 좇고 있습니다. 세계적 컨설팅 그룹 매킨지앤드컴퍼니는 다양성 보고서를 2015년부터 발간하고 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은 경영진 임원 구성원의 성별, 인종 다양성이 10퍼센트 상승할 때마다 기업의 수익이 0.8% 올라갔다고 합니다. 또 크레디트스위스의 '젠더 3000 보고서'는 여성의 이사회 참여가 확대되고 고위 임원층 여성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성과가 개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 다양성을 전략으로 삼은 회사, 그렇지 않은 회사
서울우유 광고 사태를 계기로 평소 여성 친화 문화를 조성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데 힘써온 매일유업은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라는 별명이 붙고 소비자의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분유와 우유를 팔면서도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워킹맘에 불이익을 준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조7,0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1위를 고수했지만 지금은 거센 소비자 반발 앞에 놓여 있는 서울우유, 앞으로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 참고 문헌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김영사 펴냄), 이은형·유재경

※ 포털 정책 상 본문과 연결된 하이퍼링크를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Her Story : 여성의 이야기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모두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가 되길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조직 내 여성들을 위한 필독서

이번 주 허스토리를 작성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이 주제 선정이었어요. 디지털성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10일 시행된 'n번방 방지법'을 두고 야당이 '통신자유 침해' '검열' 낙인을 붙여 뜬금없는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오늘 뉴스레터 주제가 다소 한갓진 선택이지 않을까 고민했기 때문이죠.

끝까지 고민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슈를 고집한 이유는, 서울우유에 대해 함께 분노하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n번방 방지법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각 언론에서 많은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니 다른 각도에서 이번 일을 조명하는 것, 그것이 허스토리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책의 제목으로 인해 마치 모든 여성이 야망을 품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로 읽히기 쉽지만, 실제 이 책은 한국의 성차별적 기업 문화 현실을 조목조목 지적한 사회비평서이자 일터에서 존엄하게 생존하고 싶은 많은 여성을 위한 길잡이에 가깝습니다. 회사에서 마주쳤던 답답한 상황, 도무지 설명할 언어가 없었던 우리에게 '아! 이것이 바로 문제였어!'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요. 혹시 지근거리에 여성 선배, 롤모델,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워 좌절하는 분이 계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주 히든 인터뷰로 만나요!

※ 본 뉴스레터는 2021년 12월 16일 출고된 지난 메일입니다. 기사 출고 시점과 일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즉시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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