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윤중천 보고서' 허위 작성·유출 의혹
검찰에서 공수처로 간 지 9개월 만에 '재이첩'
이규원 소환+이광철 압수수색까지 해놓고
기소 단계 앞두고 검찰에 사건 떠넘기기?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기로 한 가운데, 법조계에서 "공수처가 이첩을 책임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동일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을 고려한 '합일적(두 개 이상을 하나로 합치는 것) 처분'이라는 게 공수처 입장인데 이미 9개월 동안 강제수사를 하고 난 뒤 내린 결정이란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9개월 지나서야, 공수처 "동일한 검찰이 수사하고 있기 때문"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7일 이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의혹 사건을 종결한 뒤 대검찰청에 재이첩했다. 공수처는 "동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협의를 거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
문제는 공수처의 재이첩 처분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9개월이 지나서야 내린 결정이라는 점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즉각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에 따라 지난 3월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며 6차례 면담했던 접대 공여자 윤중천씨에 대한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면서 곽상도 전 의원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명예가 훼손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었다. 그를 통해 이 검사가 허위 사실을 보고서에 담고 이를 유출했다는 정황을 발견, 이 검사 혐의를 공수처에 넘긴 것이다.
검찰 "넘길 거면 9개월 전에 했어야"
검찰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공수처가 '합일적 처분'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그건 검찰이 사건을 넘겼던 9개월 전에도 얼마든지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이첩할 때 "(수사의) 본류가 검찰에 남아 있기 때문에 공수처로서는 이 검사 사건을 다시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공수처가 넘겨받은 사건을 곧바로 검찰로 되돌려 보내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한 지방검찰청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의 협조 아래 합리적인 사건 처리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공수처가 이첩받은 후 빠른 시일 내에 재이첩해 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법조계 "책임 회피라고 볼 수밖에"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이 검사를 세 차례나 소환 조사하고 사건과 관련해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상대로 압수수색까지 하는 등 강제수사까지 해놓고는 아무 결론도 없이 사건을 일방적으로 검찰에 넘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광철 전 비서관에 대한 결정 회피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작 기소 단계에 앞서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는 건 공수처가 공수처법에서 요구하는 수사와 기소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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