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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저자 공동체의 책… 편집은 장식 아닌 작품"

입력
2021.12.24 04:30
수정
2021.12.24 08:5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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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부문]천년의상상 '북클럽 자본'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북클럽 자본' 출간을 함께한 디자이너 심우진(왼쪽부터), 편집자 남미은, 저자 고병권, 천년의상상 대표 선완규씨가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북클럽 자본' 출간을 함께한 디자이너 심우진(왼쪽부터), 편집자 남미은, 저자 고병권, 천년의상상 대표 선완규씨가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대개 출판상이라고 하면 저자성이 강하죠. 하지만 편집이 책의 내용을 꾸며주는 장식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책의 매우 중요한 성격이라고 봤을 때 '북클럽 자본'은 편집상 부문에 잘 맞는 탁월한 책이라고 생각해요."(고병권)

"독자와 서점, 저자가 함께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민하는 출판 모델을 그전부터 생각해 왔어요. 이런 출판의 '연결성'이라고 하면 외국 사례만 언급하는데 국내에서도 누군가 한번 나서 보면 좋겠다 싶었죠. '미쳤다'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선완규)

'북클럽 자본'의 저자인 고병권(50)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기획자인 선완규(55) 천년의상상 대표, 남미은(50) 편집자, 디자이너인 심우진(45) 산돌연구소장은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 선정 소식을 전하자 지난 15일 한달음에 한국일보사를 찾았다.

2018년 8월 시작해 2년 8개월 만인 지난 4월 총 12권으로 마무리된 '북클럽 자본'은 카를 마르크스의 대표 저작 '자본'을 해설한 시리즈다. 오랫동안 난공불락의 텍스트로 여겨져 온 '자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선 대표의 욕구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철학자 고병권의 책과 강연을 통해 우직하게 '자본'을 읽어 냈다.

우여곡절 끝에 대장정을 마무리한 이들에게 이번 수상은 "멋진 부활"이다. 책에는 이들만의 수많은 역사가 담겼다. 프로젝트 초반 투닥거리던 네 사람은 완간과 동시에 "일심동체"라고 할 만큼 끈끈해졌다. 10권 발간 즈음엔 출판사 존폐가 걸린 큰 경영 위기를 겪었다. 총 4인으로 구성된 작은 출판사인 천년의상상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아주 작은 출판사가 장기 기획을 결국 해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작은 출판사여서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고 입을 모았다. 고 연구원은 "작은 출판사여서 다른 욕심 부리지 않고 총력을 기울여 줬다"며 고마워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한국출판문화상 수상도서 관계자 4인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한국출판문화상 수상도서 관계자 4인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한때는 불온 서적 취급당했고, 낡은 이론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고 연구원은 젊은 독자의 반응에서 오히려 '자본'의 현재성을 확인하곤 한다. 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태일이' 등을 '북클럽 자본'과 함께 언급하는 독자평을 봤다"며 "'자본'을 사회주의와 연계해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덮였다고 기억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살아가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계속 확인하게 되는 요즘 세대가 오히려 '자본'의 동시대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열 일 제치고 달려와 인터뷰에 응한 것은 '북클럽 자본'이 "네 명 모두의 '내 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선 대표는 "온라인 펀딩, 오프라인 강연, 온라인 강연에 참여한 독자들도 기획자"라며 "책 공동체가 꾸려진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12권을 모은 특별 합본호를 낼 계획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헌정하는 마음이랄까, 내년 마르크스 생일(5월 5일) 출간이 목표예요. 1,250쪽 정도? 아마 그보다 더 두꺼운 '벽돌책'이 되겠죠?"

북클럽 자본 세트·고병권 지음·천년의상상 발행·전 12권·15만 원

북클럽 자본 세트·고병권 지음·천년의상상 발행·전 12권·15만 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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