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달빛한옥마을과 이한영차문화원
디지털 기기가 대중화한 시대, 업무 처리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여행지에서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조선시대에 다수의 선비들이 귀양살이를 했던 머나먼 땅, 전남 강진에 오래 머물며 느긋하게 여행하기에 좋은 장소가 있다.
서울에서 강진 달빛한옥마을까지 가는 방법
강진 머물기 여행의 중심은 성전면 달빛한옥마을이다. 서울에서 강진까지는 센트럴시티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하루 4회 운행, 4시간 30분이 걸리고 요금은 우등버스 기준 3만5,800원이다. 강진 버스여객터미널에서 무위사행 농어촌버스(하루 5회)나 광주행 시외버스(하루 3회)를 타고 월남정류장에 내리면 달빛한옥마을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참고로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오전 7시 50분에 출발하는 시외버스, 강진 여객터미널에서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하는 농어촌버스를 이용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진 읍내에서 한옥마을까지 택시를 타면 3만 원 이상 줘야 한다.
오래 머물기 좋은 강진 달빛한옥마을
강진 달빛한옥마을은 2007년 전원마을 조성사업으로 지은 30여 채의 한옥으로 형성돼 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만든 보금자리로 커피숍이나 슈퍼마켓 등 상업시설이 전혀 없는 조용한 마을이다. 뒤로는 월출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인근에 대규모 차밭이 조성돼 있다.
2015년부터 10가구가 농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훈훈한 정과 감성을 체험하는 ‘푸소(FU-SO) 농가숙박’을 운영하고 있다. 푸소는 ‘필링 업(Feeling-Up), 스트레스 오프(Stress-Off)’에서 따온 말이다. 하룻밤은 물론 일주일이나 한 달 살기도 가능하다. ‘디지털 노마드족’에게는 느리게 쉬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전라남도에서 2022년 1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마을 한옥은 대부분 넓은 마당과 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워 구석구석이 포토존이다.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데우는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묵으면 겨울 정취가 한결 푸근하다. 툇마루에 걸터 앉거나 뒤뜰을 거닐면 월출산 구정봉, 옥판봉 아래로 녹차밭이 펼쳐진다. 마을 어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투숙객에게는 마을 공동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가 포함된 건강밥상을 제공한다. 집집마다 특색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강진 차의 계보를 잇는 ‘이한영차(茶)문화원’
달빛한옥마을 인근에 ‘이한영차문화원’이 있다. 이한영(1868~1956)은 1920년 한국 최초의 차 상표인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를 만든 인물이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귀양살이하던 시절, 어린 제자 중에 이시헌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의 표시로 해마다 차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통은 강진 ‘다신계(茶信稧)’로 계승돼 다산이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100년 넘게 지속됐다. 그 중심에 이시헌의 집안 후손인 이한영이 있었으니, 강진 차는 대를 이어 스승과의 신의를 지켜낸 차인 셈이다.
이한영차문화원은 현재 그의 5대손 이현정 원장이 운영하고 있다. 당대의 사제는 이승을 떠났지만, 백운옥판차는 후손에 의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찻잎을 떡처럼 찧어 엽전 형태로 빚은 월산떡차에 해당화와 금잔화 향을 더한 ‘꽃피는 월산떡차’가 대표적이다. 긴 시간 발효해 깊고 묵직한 단맛에 화사한 꽃향기가 어우러진다.
문화원에서는 인근 월남사지와 다담(월남소류지), 강진차밭, 백운동원림을 돌아오는 도보여행코스도 운영한다. 월출산 남쪽 월남사지에는 삼층석탑만 우두커니 남았지만, 허전하지 않고 푸근함이 느껴진다. 고랑마다 녹색 카페트를 깔아 놓은 것 같은 강진차밭은 가지런하고 싱그럽다.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1627~1701)가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백운동원림은 한국 전통 정원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오래 머물기 좋은 곳, 강진의 멋과 여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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