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우려와 달리 메모리 수요 급증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내년 호실적 전망
지난 여름부터 반도체 시장을 짓누르던 '메모리 겨울론'을 비웃듯, 미국의 간판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20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메모리 수요가 탄탄하다는 방증인데, 시장에서도 메모리 업황이 곧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탈 거란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마이크론 "메모리 출하량 증가로 내년 역대급 실적 기대"
마이크론은 이날 올해 9~11월(회계연도 22년 1분기)에 매출 76억9,000만 달러(9조1,400억 원)와 영업이익 26억3,100만 달러(3조1,3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3.1%와 203.8% 늘어난 수치로, 시장 예상치(76억7,000만 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최근 시장에선 마이크론의 1분기 성적표에 상당한 관심이 쏠렸다. 1년 넘게 오르던 D램 가격이 지난달 9% 넘게 떨어지면서 '메모리 고점론'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마이크론 실적은 하반기 D램 수요와 가격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겨울론'의 가장 큰 근거는 메모리 수요 급감이다. '위드 코로나'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재택근무 등을 위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고, 이는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거란 논리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1분기 성적표를 뜯어보면, 시장 우려와는 정반대다. 마이크론은 이 기간 데이터센터 수익이 70%, 모바일과 자동차 부문 수익이 25%씩 증가했다. 최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서버를 늘리고, 5세대(5G) 스마트폰과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치솟을 거란 전망이 적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마이크론은 "비메모리 칩 부족난도 내년 중 완화될 것"이라며 "내년 메모리 출하량 증가로 역대급 실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마이크론 실적 발표로 반도체 수요 둔화 이슈를 상당 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3분기 연속 메모리 점유율 1위
증권가에서도 내년 상반기 메모리 시장이 다시 업사이클에 진입할 거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매출 95조 원(전망치·메모리 75조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데 이어 내년엔 112조 원(메모리 86조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 삼성전자가 생산한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가격이 올해보다 각각 7%와 21% 떨어질 걸로 예상되지만, 같은 기간 출하량이 26%와 38% 늘어 가격 하락을 상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 역시 메모리 수요 증가에 기반한 분석이다.
시장에선 기술 성숙도가 가장 앞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메모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3.9%로 전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D램 시장 점유율은 3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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