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이재명과 '공정' 대담
윤희숙 "이재명 성공한 오만의 대표, 코미디" 혹평
민주당 "부친 땅 투기 의혹 허물부터 돌아보라" 맞받아
정의와 공정 문제를 시대적 화두로 던져온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1일 한국 대선판에 등장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회였지만, 여야는 정쟁의 소재로만 이용하는데 몰두했다. 샌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등의 저서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스타 학자다.
샌델 교수를 초대한 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화상회의 프로그램(Zoom)으로 샌델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샌델 교수의 책을 여러 차례 정독한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후보는 대담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불평등한 구조를 만든다'는 이른바 능력주의의 허구를 설파해온 샌델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할당제, 추첨제 등 입시 기회의 공정과 빈부 격차를 포함한 불평등 해소 방안을 두고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번 대담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미래기획단 부단장 강선우 의원이 샌델 교수와 오랜 기간 소통해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안팎에선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공정' 이슈가 흠집 난 상황에서 이 후보가 '샌델표 공정'으로 치고 들어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건희 리스크'에 흠집 난 윤석열, '공정' 이슈 치고 들어온 이재명
이 후보는 대담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부모, 가정환경 등 많은 운이 작용한 개인의 성공을 온전히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능력주의를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겉보기에는 개인의 노력에 따른 결과로 보이지만, 이미 출발선 자체에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다는 지적은 현실적으로 매우 적확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능력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누군가를 심각하게 배제하지 않고 함께 성장의 과실을 누리는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찾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윤희숙 "이재명은 오만의 대표 인물, 훌륭한 분 모셔다 코미디"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는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당장 "훌륭한 분 모셔다 코미디를 찍었다"고 비꼬았다. 그는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선대위 산하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만든 조직이다.
윤 전 의원은 "이런 행사를 기획한 민주당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확실한 것은 이재명 후보와 샌델 교수가 공감하기에 참 멀고도 먼 상대라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이번 대담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샌델 교수는 세상이 불공정해지는 이유로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스스로 노력한 결과물이라 생각하는 오만 때문에 구조적 불공정, 시작점의 불평등을 인지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를 지적했다"며 "이재명 후보는 그런 오만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가 '흙수저'로 알려졌지만, 윤 전 의원이 보기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윤 전 의원의 부연 설명은 이랬다. "이 후보가 자신의 가족까지 비천하다고 끌어내리면서 자신을 흙수저가 아니라 무수저를 가지고 성공한 인물이라 자랑하지만, 대학등록률이 2%에 불과했던 1950년대 초 대학 중퇴했던 그의 부친은 엄청난 엘리트였다. 돈을 물려주는 것만이 집안 환경이 아니다. 배운 부모를 가졌다는 이점은 가볍게 무시하고 비천한 출신이라고 자신만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샌델 교수가 지적하는 '성공한 자들의 오만'"이란 주장이다.
윤 전 의원은 또 대담 중간 샌델 교수의 질문에 이 후보가 구체적 답변 없이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꼬집으며, "요즘 웃을 일이 없다 싶으신 분들에게 강추드린다. 뿜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당 "그냥 부럽다고 해라" "임차인 코스프레가 더 코미디" 맞서
윤 전 의원의 비난에 민주당은 "임차인 코스프레" "국민의힘이 더 코미디"라며 맹폭을 쏟아냈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만함의 대표적 인물로 이 후보를 꼽은 것을 보고 뿜었다"며 "부친 땅투기 의혹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가짜 임차인 입장에서 불공정, 불평등의 허물을 다른 사람에게 씌울 자격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시대 최대 코미디가 임차인 코스프레 아니냐"며 "코미디라도 좋으니 윤 후보도 토론에 나오라고 권해보시는 건 어떨는지"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이경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귀하의 당 상황이 현재 코미디 아니냐"며 "윤 후보는 어쩌느냐. 윤 후보가 지금까지 정책 관련 심도 깊은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느냐. 프롬프터가 없으면 명상을 했고, 정책 질문하면 마이크 셔틀을 자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 후보와 샌델 교수의 오늘 대담이 부러우시죠? 부러우면 솔직하게 부럽다고 하면 된다"고 적었다.
전용기 선대위 대변인도 이 후보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윤 전 의원의 지적을 겨냥한 듯 "가짜뉴스를 만들어 이 후보를 애써 깎아내리려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잔칫상 앞에서 손가락질하는 윤 전 의원의 행태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윤 전 의원은 한 장면만 보지 말고 1시간 10분 풀영상을 정주행해봐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이사를 맡고 있는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황희두씨도 "부친 땅 투기 논란으로 도망쳤던 윤희숙씨가 공정 운운하는 게 진짜 코미디 아니냐"라며 "남 행사에 침 뱉고 평가할 시간에 무능 무식하다고 소문난 윤 후보 코칭이나 똑바로 해달라"고 반격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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