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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이 코로나를 이겼다" 급감했던 장기기증 서약, 올해 8만명대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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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이 코로나를 이겼다" 급감했던 장기기증 서약, 올해 8만명대 회복

입력
2021.1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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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캠페인 어려워지며 지난해 2만명 이상 줄어
올해도 1~4월 부진하다 인기드라마 여파로 반등

게티이미지벵크

게티이미지벵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16년 만에 6만 명대로 추락했던 장기기증 서약자 수가 올해는 8만 명을 넘기며 반등했다. 대면 홍보가 어려워진 탓에 상반기엔 지난해보다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지만, 장기기증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동참자가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22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본부에 뇌사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사람은 8만3,497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해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연간 등록자 6만7,160명보다 24%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자신이 뇌사 상태에 빠지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하는 희망등록자 수는 2013년 15만4,000명대를 기록한 이래 급감세를 보이며 2018년 7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재작년 16세 이상 미성년자도 보호자 동의 없이 희망등록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가 개정된 영향으로 청소년 등록자가 늘어 9만 명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6만 명대로 내려앉으면서 2004년(3만4,963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영향, 슬의생이 이겼다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통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통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올해 월별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통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올해 월별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통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지난해 장기기증 서약 급감은 코로나19 유행과 직결돼 있다. 대면 캠페인 위주로 이뤄지던 장기기증 홍보와 희망자 모집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코로나 국면이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 캠페인을 통해 기증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면서 "대면 캠페인은 그 자리에서 바로 서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비대면 캠페인은 기증 희망자 스스로 등록 절차를 알아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다 보니 서약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홍보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홍보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

올해 들어서도 월별 기증 희망등록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적은 흐름이 4월까지 이어지면서 2년 연속 감소가 우려됐다. 1~4월 등록자 수가 전년보다 8,000명 가까이 적을 만큼 감소폭도 컸다. 하지만 5월부터 추세가 역전되더니 5~11월 등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명가량 많아지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장기기증 붐'을 일으킨 일등공신으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꼽고 있다. 올해 6~9월 12주간 매주 한 편씩 방영되면서 최고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이 인기작의 주요 소재 중 하나가 장기기증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에피소드가 다뤄진 7~9월 6주간은 1만6,231명이 기증 서약을 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서약자(5,576명)의 3배에 달한다. 특히 기증 절차가 상세히 묘사된 회차(8월 5일)가 방영되고 나서는 일주일간 7,042명이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이 같은 여파는 드라마 종영 후에도 이어져 10월과 11월엔 전년보다 각각 880명, 1,460명가량 많은 이들이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대기 환자에 비해 장기 기증 태부족"

나눔산타로 참여한 이윤미씨의 딸이 나인 퍼레이드 키트를 착용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나눔산타로 참여한 이윤미씨의 딸이 나인 퍼레이드 키트를 착용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장기기증 서약 감소세가 멎은 건 다행이지만,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 규모에 비춰볼 때 기증 문화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꾸준히 늘어나 올해 9월 기준 4만4,832명에 이르지만, 올 들어 이들에게 장기를 공여한 뇌사자는 428명(21일 기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도 매년 부침을 거듭하면서 정점이었던 2009년 18만3,370명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달 15일부터 열흘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나인 퍼레이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캠페인 참여 의사를 밝힌 희망등록자 중 선발된 '나눔산타' 70명이 장기기증 응원 인증사진을 게시해 기증 활성화를 촉구하는 방식이다. 2019년 기증 서명자로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이윤미(40)씨는 "생명을 구하는 운동에 동참해 뜻깊다"며 "함께 참여한 딸이 자기도 조금만 크면 장기기증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뿌듯하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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