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동생, 취재진에 억울함 호소
"숨진 유한기, 책임질 수 없기에 숨져"
"회사, 책임 피하려고 형에게 떠넘겨"
"검찰 지난 9일 조사 때 강압수사 했다"
“누가 봐도 윗선은 없고 실무자만 조사하니까 본인이 감당하지 못한 듯합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중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들은 22일 낮 12시 30분쯤 빈소가 마련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빈소에는 A씨 등 김 처장의 형제와 김 처장 부인과 자녀 등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문기 처장의 동생 A씨는 “형은 (성남도시공사에서) 실무자였을 뿐”이라며 “부서장이라 하더라도 위의 결정권자가 (결정)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무자로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란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회사가 중징계에 이어 손해 발생 땐 소송을 한다는 것이 형에게 가장 충격이었던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밑에 직원은 모른다고 하고, 위에 사람 중 한 명은 고인(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이고, 한 명은 수감(유동규 전 기획본부장)돼 있는데 결국 그 책임은 자신한테 가니까 그런(극단적인 선택)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러면서 “회사 측이 책임 회피를 위해 (중징계와 형사 고발 등의 방법으로) 부서장이었던 형에게 대외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 처장은 숨지기 하루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지난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 비공개 자료를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로 공사에서 함께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에게 열람해 준 사실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공사 측은 이에 대해 △징계가 아닌 향후 열릴 인사위원회에 소명을 준비하라는 요구서를 전달했고 △형사 고발이 아닌 성남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결과에 따른 고발 검토 요구가 있어, 이를 검토하는 단계였다는 입장을 유족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앞서 숨진 유한기 전 본부장을 언급하며 형의 억울함을 재차 호소했다. A씨는 “검찰과 경찰, 회사 감사실 등이 개인 하나를 두고 이렇게 조사할 수 있느냐”며 “윗분들은 조사 과정에 아무도 안 나왔지만 현직 실무자에게만 너무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본인이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한기 본부장이 돌아가셨지만 (형이) 그분 얘기를 하면서 ‘그분이 왜 돌아가셨겠냐, 단 하나, 책임질 수 없기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특히 김 처장이 지난 9일 조사 상황을 설명하면서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은 참고인인데 거의 피의자 조사였다는 게 형의 설명”이라며 “검찰은 (대장동 아파트) 용적률 올려준 것을 묵과하고 '왜 이렇게 받았느냐', '그만큼 이익 남은 거 공사가 하도록 해야 했는데 왜 안했느냐', '뭘 받았느냐'고 형을 다그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검찰에서는 강압수사 안 했다고 하지만 강압이라는 게 옛날처럼 고문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당사자가 아니라 대변하지 못하지만 형의 억울함과 이 정권 이 나라 이 현실 이런 것들이 다 원망스럽다"며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가족들과 상의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김 처장은 전날 오후 8시 30분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옥 1층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인이 실종신고를 한 직후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숨져 있는 김 처장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 처장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처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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