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19 업무에
현장 뛸 7·8급 보건소 직원 줄사표
시·구청 인력을 보건소에 차출해야
"4,000건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날이 매일 이어지고 있으니 직원들이 줄사표를 냅니다. 시청, 구청 공무원의 1~2%라도 보건소에 보내주세요."
2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주최로 서울 반포동 한 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보건소 대전환을 모색하다' 포럼에서 터져 나온 호소였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쑥대밭이 된 보건소 상황 때문이다.
보건소 콜센터 업무만 하루 800건
김상준 서울 도봉구 보건소장은 기간제, 파견 인력 등을 총동원해 감염병관리팀을 두 개로 늘리는 등 코로나19 대응에 115명의 전직원을 투입했지만 매일매일이 역부족이라 했다. 김 소장은 "하루 업무량을 건수로 계산해보니 4,000건"이라며 "콜센터만 해도 직원은 3명뿐인데 하루 800건이 몰려드니 응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업무는 업무대로 치이면서 '보건소가 먹통'이라는 비난까지 오롯히 보건소의 몫이다.
일을 아무리 해도 끝이 안 보이니 무력감만 쌓인다. 무력감은 줄사표로 이어진다. 이날 신준호 한국농촌의학지역보건학회장이 공개한 코로나19 광역단체별 보건소 사직 현황을 보면,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부산은 70명, 강원은 66명, 인천·충남은 55명 등이 각각 사표를 냈다.
직원들 줄사표에 갈수록 떨어지는 현장대응력
나정현 전 부산 사하구 보건소장은 "코로나19로 보건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쓴소리를 했다. 나 전 소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었음에도 이후 사하구보건소 정규직원은 단 1명이 늘었다"며 "줄사표는 내고 있는 보건소 직원들은 지금 한창 현장을 뛰어다녀야 할 7·8급 공무원들이니 앞으로 현장 대응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모르쇠다. 견디다 못해 시청이나 구청에다 인력 파견을 요청하면 반응이 없다. 어렵사리 2, 3명 정도가 와도 며칠 뒤 '원래 업무가 밀렸다'며 복귀해버린다. 대대적 인원 충원이 어렵다면 차라리 병상확보 행정명령처럼 시청, 구청 직원들 일부에 대해 동원명령이라도 내려 달라는 호소는 그래서 나왔다.
병상 이어 보건소에도 행정명령을
김상준 도봉구 보건소장은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병상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린 것처럼 시청이나 구청을 대상으로 지금 현재 아주 급박한 업무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건소 지원근무를 하게 행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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