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부문 수상작 '사이보그가 되다'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에서는 유독 청년 세대의 자기 경험을 반추한 책들이 최종 후보에 많이 올라왔다.
수상작인 '사이보그가 되다'의 저자 김초엽은 보청기에 의존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청각 장애인이고, 김원영은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성을 확보하는 골격계 장애인이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사이보그나 인공지능 같은 트랜스휴먼에 대한 담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기술을 이용해서 장애를 줄여나가는 과정을 성찰하는 책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장애에 관한 연구에 기초해, 기술이 장애인을 '600만 불의 사나이'로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첨단의 보청기건 오래된 의족이건 장애인이 사용하는 기계는 거추장스럽고 번거로우며 쉽게 고장 나고 아직도 불편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도 기계는 인간의 몸과 쉽게 접합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현재 사이보그가 겪는 불편을 투명한 것으로 만든다.
그렇다고 이 책이 기술 비관론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불완전하지만 기술은 듣기와 이동성을 제공하며 팬시한 외형 대신에 장애인이 겪는 구체적 문제에 집중하면 여러 가지 개선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하나가 되지는 못하지만 함께하는 '반려종' 같은 존재다. 심사위원들은 '장애와 기술'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이 책이 결국은 '인간과 기계'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놀라운 통찰로 이어지는 점에 주목했다.
'사이보그가 되다' 외에도 명문 대학을 졸업한 뒤 도배사가 되어 일하는 배윤슬의 '청년 도배사 이야기'는 정신노동만이 고평가되는 사회에서 육체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책으로,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우울증에 대한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하미나 작가의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도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가려졌던 중요한 문제를 조명한 책으로 각각 높이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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