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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은 우리와 공존하는 자연을 알아가는 출발점"

입력
2021.12.24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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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부문] 보리출판사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으로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을 수상한 김종현 편집자와 이 책을 펴낸 보리출판사의 김소영 부장이 수상작인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으로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을 수상한 김종현 편집자와 이 책을 펴낸 보리출판사의 김소영 부장이 수상작인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이하 ‘대도감’)은 국내 도감 분야에서 첫손으로 꼽히는 보리출판사의 역작이다. 가로 24.2㎝, 세로 35㎝의 큰 판형에 820쪽의 두께와 6㎏에 이르는 무게가 압도적이다. 사진보다 선명하고 섬세한 물고기 세밀화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휙 지나간다.

'대도감'은 2006년 첫 기획 이후 15년 만에 본 결실이다. 평생 우리 바다와 바닷물고기를 연구한 명정구 박사(전 한국수중과학회 회장)가 글을 쓰고 조광현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편집자 김종현씨는 “바닷물고기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런 그림과 글을 모아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책을 만든 김소영 보리출판사 부장은 “상을 받으니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로 인정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대도감’은 2013년 명 박사와 조 화백이 펴낸 ‘바닷물고기 도감’의 확장판이다. 어종도 158종에서 528종으로 크게 늘었다. “물고기마다 그림의 크기가 다르고 글의 양도 다른데 분류학 체계를 따르면서도 찾아보기 쉽게 배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게 도감을 만드는 첫 번째 원칙인 만큼 저자 선생님이 초고를 보내오면 필요한 자료를 덧붙이고 어린이도 쉽게 볼 수 있게 글을 고쳤죠. 전문용어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김종현)

덩치가 큰 책이다 보니 제본도 문제였다. 김소영 부장은 “제본이 가능한 가장 큰 판형을 택했는데 책이 크고 두껍다 보니 가제본을 만들면 쪼개지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제본소를 찾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종현씨는 “예전엔 자연을 자원으로 착취하기 위해 도감을 만들었다면 이젠 인간과 공존하는 생명체를 알아가는 출발선으로 도감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소중한 생명들이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책에 담으려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보리출판사 제공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보리출판사 제공

도감 출판은 사명감이 없으면 뛰어들기 어려운 사업이다. ‘대도감’ 초판 700부가 다 팔린다 해도 15년간 제작에 쏟은 비용을 회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는 학술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인데 정부는 기초자료 축적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곤충이나 나무, 풀도 기록된 게 많지 않습니다. 편집자 입장에선 더 많은 세밀화 도감을 만들고 싶지만, 판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죠. 그 점이 늘 아쉽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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