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술-교양 부문]'사이보그가 되다' 저자 김초엽·김원영
김초엽·김원영 작가의 ‘사이보그가 되다’는 2006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서울대 정문 근처에서 매일 있었던 집회 장면에서 시작한다. 성경에서 예수가 ‘앉은뱅이’에게 “일어나 걸어라”고 말하듯, 사람들은 연구에 희망을 걸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자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원영 작가는 시위를 보며 생각한다. “예수님이 “일어나 걸어라”고 말하지 않고 ‘걷지 않아도 좋으니 (네 방식대로) 당당히 일어나라”고 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완벽한 과학기술’이 장애도 종식시킬 수 있으리라는 미래 낙관은 오히려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삶을 소외시킨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손상’을 제거해야 한다는 사회의 지배적인 관점”에 의문을 갖는다. 대신 “이미 현실에서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살아가는 사이보그들의 구체적인 경험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이때의 ‘사이보그’란 휠체어, 보청기, 인공 고관절, 인공 심장 등 수리와 수선이 필요한 기계와 결합해 살아가는 존재를 일컫는다.
책은 각각 지체장애인으로서 휠체어와 함께 살아온 김원영, 청각장애인으로서 보청기와 함께 살아온 김초엽 두 사이보그가 함께 썼다. 당사자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종합한다. 2018년 김원영 작가가 김초엽 작가에게 공저를 제안하며 출발했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사변적인 이야기일 것 같고, 비당사자도 이 이야기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초엽) 싶어서다. 기술과학과 미래를 논의하기엔, 장애인 권리와 관련해 한국 사회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그런데 책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키오스크처럼 매끄러운 기술환경이 약자를 어떻게 소외시키는지에 대한 조명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쓰려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또 시의성 있는 주제라는 확신이”(원영)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정도면 무슨 상이든 하나는 받지 않을까”(초엽)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자부할 만한 결과물이 빚어졌다. 김원영 작가는 ‘사이보그가 되다’가 상을 받는 지금을 ‘열린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장애에 관한 책을 써도 읽어주는 독자가 이만큼이나 있는 시대가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드물게 열린 창문처럼 느껴져서, 창문이 닫히기 전에 가능한 많은 것들을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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