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MB만 사면·가석방에서 제외
野 "정치보복, 갈라치기 의도" 맹비난
與 "보수진영 MB 사면 여론 거의 없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이 전 대통령이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구체적 설명은 피했지만 ‘다른 경우’에는 여러 의미가 들어 있다. 구속 성격부터 수감 기간, 여론 지형의 차이 등 다양한 변수가 사면 여부를 갈랐다고 여권은 판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가석방도 단행했다. 앞서 8월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하면 지난 10년간 주요 정치 사건에 연루된 ‘거물급 인사’ 중 이 전 대통령만 사면ㆍ가석방 대상에서 쏙 빠진 셈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 보복’ 논리를 앞세워 문 대통령을 맹공했다.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 비서실, 참모 일동’이란 이름의 입장문에서 “사면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화합 차원이 아니라 정략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 명분이 ‘국민통합’이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만 배제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도 이 전 대통령 사면 불허를 야권 분열을 획책하려는 ‘갈라치기’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대선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당을 친(親)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로 나눠 내부 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야권의 반발을 일축한다. 먼저 두 전 대통령의 수감 배경이 다른 점이 첫손에 꼽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 성격이 다분한 반면, 이 전 대통령 비위는 ‘사익 추구’ 혐의가 두드러진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실소유 의혹과 관련, 비자금 횡령과 삼성의 소송비 대납 혐의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을 확정받았다. 한 마디로 ‘죄질’이 훨씬 나쁘다는 얘기다.
수감 기간에서도 차이가 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박 전 대통령 수감 기간은 4년 9개월을 넘겼고, 이 전 대통령은 2년 2개월(780일)가량이라는 사실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정치세력 결집도와 여론 공감대 역시 사면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두 전 대통령 사면을 놓고 각계 여론을 수렴할 때 보수진영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요구는 강했던 반면, 이 전 대통령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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