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기지서 집단감염 발생
이례적으로 외무장관, 주일미군에 항의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기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미군이 일본의 방역 수칙과 무관하게 출국 전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일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이례적으로 외교장관이 항의하도록 지시했다.
26일 일본 민영방송 TBS 등에 따르면 이달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기지 캠프 핸슨(일본명 캠프 한센)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24일까지 240명이 확진됐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근무하는 일본인 종업원이 오키나와에선 처음으로 새 변이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이 종업원과 가족 등 오키나와현 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9명에 달한다.
집단감염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캠프 핸슨에 오는 미군은 출국 시 PCR 검사를 하지 않고, 자택 격리 기간에 행동 제한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의 24일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 기지뿐 아니라 다른 모든 주일미군 기지에서도 지난 9월 3일 이후 미군의 방침에 따라 똑같은 방역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월 30일 일본 내 외국인의 첫 오미크론 확진 이후 일본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재입국하는 일본인도 현지 출발 전 PCR 검사로 음성 증명을 받아야 하고, 도착 후 공항에서도 검사를 받는다. 특히 오미크론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올 경우 3~10일 동안 정부가 지정한 시설(호텔)에서 격리를 하도록 하는 엄격한 입국 규칙을 적용 중이다. 하지만 미군의 경우 ‘미일 지위협정’에 근거해 일본 법령이 적용되지 않고 입국할 수 있어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외무성 북미국장이 미군 기지에 직접 도착할 경우의 방역 체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주일미군으로부터는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있다”고 답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방역 사각지대’의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에도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이와쿠니 기지 관계자 3명이 공항에서 PCR 검사를 기다리지 않고 민간 비행기를 타고 기지로 갔다가 뒤늦게 양성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비슷한 일이 요코타 기지, 요코스카 기지 등에서도 벌어졌지만 미군에 대한 입국 방역 조치는 강화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사안에 대해 미군에 엄중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조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에, 총리의 지시에 따라 외무장관이 주일미군 사령관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참사관이나 국장급에서 항의했지만 장관 항의로 격상된 셈이다. 다만 일미지위협정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미군 측이 실제로 방역조치를 강화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소셜미디어나 뉴스 댓글에선 “일미지위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언제까지 속국 취급이냐” 등 분노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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