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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밥도 없었다…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된 남매 강아지

입력
2021.12.26 15:00
수정
2021.12.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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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319> 5개월 추정 믹스견 댄(수컷), 예스터(암컷)

8월 23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충남 태안군 한 사설보호소에서 오물과 악취 속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던 새끼 네 마리를 구조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8월 23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충남 태안군 한 사설보호소에서 오물과 악취 속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던 새끼 네 마리를 구조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여름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는 한 시민으로부터 충남 태안군에서 80여 마리에 달하는 개와 고양이가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활동가들이 현장 조사를 한 결과 굳게 닫힌 울타리 너머로 대부분의 개들은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는지 뼈가 앙상히 드러났고 털은 빠져 있었습니다. 고양이들은 대부분 호흡기 질환과 안구 질환을 유발하는 '허피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현장을 찾았던 송지성 동자연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시설 내에는 치우지 않은 배설물과 오물로 악취가 가득했다"며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바닥에 싸늘하게 누워 있는 개 사체들을 보고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무더위 속 음식과 마실 물조차 없었고, 일부 개들은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다른 개의 사체까지 먹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합니다.

구조 당시 진흙탕 속 견사에 죽은 쥐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동자연 제공

구조 당시 진흙탕 속 견사에 죽은 쥐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동자연 제공

하지만 구조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동물을 방치해 기르는 할머니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봉사자들의 왕래마저 차단한 겁니다. 그러는 사이 동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커져 갔고, 봉사자들이 울타리 너머로 던져주는 음식에 의존하며 버텼습니다.

동자연은 동물보호법 제14조에 따라 피학대 동물에 대한 긴급 격리 및 치료·보호 조치를 태안군청에 강력히 요청했고, 동자연과 봉사자, 시민들의 요구로 태안군청은 8월 23일 할머니로부터 소유권 포기를 받고 활동가와 봉사자에게 현장 출입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긴 시간 갈증과 굶주림에 고통 받던 동물들은 물을 부어주자 쉴 새 없이 들이켰다고 합니다.

구조 이후 온센터에서 지내던 베러(왼쪽부터 시계방향) 댄, 데이, 예스터. 동자연 제공

구조 이후 온센터에서 지내던 베러(왼쪽부터 시계방향) 댄, 데이, 예스터. 동자연 제공

동자연은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2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새끼 4마리를 구조해 동자연 입양센터인 '온센터'로 데려왔습니다. 이들은 진흙탕 속에 자기 덩치만 한 죽은 쥐 옆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이들 남매에게 힘들었던 날은 잊고 매일 어제보다 나은 날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베러', '댄', '예스터', '데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이규원 동자연 활동가는 "온센터에 왔을 당시 네 남매는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람 손길을 느껴보지 못했지만 처음 느낀 손길의 다정함이 너무 좋은지 온종일 사람을 찾았다"며 "울다가도 사람이 다가가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안아 달라고 가지 말라고 애교를 부렸다"고 말합니다.

온센터에서 함께 지내던 네 남매 베러, 댄, 예스터, 데이. 동자연 제공

온센터에서 함께 지내던 네 남매 베러, 댄, 예스터, 데이. 동자연 제공

가장 용맹하게 생겼지만 다른 남매들에게 꼼짝 못 하는 순둥이 '베러'와 네 남매 중 가장 몸집이 작고 귀여운 '데이'는 입양이 확정됐고, 지금 '댄'과 '예스터'가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낯을 가리지만 간식을 주면서 친해지면 금방 마음을 열고 졸졸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또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주는 걸 가장 좋아하는데요, 활동가들이 바빠 놀아주지 못할 때도 혼자 조용히 장난감을 갖고 놀다 잠든다고 해요. 예스터는 네 형제 중 가장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은데요, 사람이 없을 때는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어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가족이면 좋겠다고 합니다.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주는 걸 가장 좋아하는 댄. 동자연 제공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주는 걸 가장 좋아하는 댄. 동자연 제공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교가 많은 예스터. 동자연 제공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교가 많은 예스터. 동자연 제공

동자연은 네 남매의 엄마개 '선샤인'과 다른 세 마리 한송이, 두송이, 세송이를 온센터로 데려왔는데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개와 고양이들은 봉사자들이 마련한 임시보호소인 '우당탕'에서 지내면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구조됐지만 이제 이들에게 필요한 건 평생 가족입니다. 댄과 예스터를 포함한 구조된 개들의 입양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맞춤영양'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반려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딱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 문의: 동물자유연대

▶우당탕 보호소 바로가기

위 사이트가 클릭이 안 되면 아래 URL을 주소창에 넣으시면 됩니다.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7589

https://instagram.com/woo.dang.tang_?utm_medium=copy_link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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