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리 고장 특산물 : 영덕 시금치
경북 영덕 영해초... 대게 이어 제2 영덕 명물 부상
멜론 수준의 당도… 대게 껍질 퇴비로 비타민 풍부
시금치는 추울수록 단맛... 지금부터 설까지 '맛픽'
'대게의 고장' 경북 영덕에서 대게는 효자인 동시에 괴물이다. 대게 덕분에 영덕은 전국구 명성을 얻었지만, 대게의 그늘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지간한 농수산물은 빛을 보기가 어려웠다. 영덕은 인구 3만5,000명의 작은 동네지만, 바다와 산이 만나는 지리적 위치 탓에 대게 이외에도 고품질 산물이 적지 않다. ‘영해초’로 불리는 겨울 시금치도 그런 산물이다. 한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영덕의 겨울철 대표 산물로 자리잡고 있다.
14일 찾은 영덕 영해읍 연평들판.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대규모 비닐하우스 시설은 흡사 들판을 덮은 눈 같았다. 그 비닐을 제치고 안으로 들어서자 온통 초록이다. 경남 남해의 남해초(보물초), 전남 신안의 섬초, 경북 포항초 등 국내 3대 시금치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영해초'가 여무는 곳이다.
김진락(63) 영해채소 대표는 “이곳 시금치는 300g 한 묶음에 1,500원 수준에서 출하된다”며 “마트에서 팔리는 소비자가격은 3,200원 정도로, 다른 지역 시금치보다 20~30% 정도 비싸다”고 말했다. 영덕에서 시금치 농사를 시작한 김 대표는 물 빠짐, 통기성 좋은 사토질 토양,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영덕이 시금치 재배 최적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영해초 역사는 길지 않다. 25년 전 남쪽으로 100리 떨어진 포항 곡강에서 재배되던 포항초를 가져와 영덕 땅에 정착시킨 게 영해초다. 시중에서 간혹 ‘포항초(영해초)’로 표기돼 팔리는 이유다. 하지만 포항초보다 비싸게 팔리는 걸 보면, 영해초는 사반세기 만에 국내 최고 시금치로 인정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영덕 시금치가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이유는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깨끗하게 다듬어 묶고, 그 묶음 띠지에 상표명(영해초)을 표시해 생산지를 처음으로 밝힌 것도 영해초”라며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계속 찾는다”고 전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시금치가 달다. 달면 얼마나 달까 싶지만, 설탕을 쳤나 싶을 정도다. 전재교 영덕군 채소특작팀장은 “영해초의 당도는 13브릭스 수준”이라며 “이 정도면 사과(15브릭스)보다는 낮고, 멜론 정도의 달달함”이라고 말했다.
시금치는 살짝 얼었다 녹아도 죽지 않는 엽채소다. 봄여름에 재배되는 유럽계 시금치와 달리 동양계 시금치들은 추위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단맛이 생긴다. 영해초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4,900톤가량. 한여름을 제외하고 연간 서너 번 나오지만 한겨울인 12월 중하순부터 설 전에 나오는 시금치가 최상품이다.
영덕 시금치에 특별한 거름이 사용되는 것도 다른 지역 시금치와의 차이점이다. 농부들은 대게로 유명한 영덕, 그 대게 껍질 등 버려지는 해양 부산물을 발효시켜 만든 퇴비를 밑거름 삼아 키운다. 김 대표는 “엽산과 철분, 비타민이 풍부하고 암세포 생성과 번식을 억제(베타카로틴)하는 효능이 있다"며 "여기에 키토산 성분을 시금치로 전이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키토산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해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영해초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포항초의 본고장인 포항의 마트에서도 이제는 영해초가 더 많이 팔릴 정도다. 영해초가 아버지뻘인 포항초를 넘어서고, 지역 농가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를 잡자 영덕군수는 꾀를 하나 냈다. 전국 각지로 실려나가는 영해초 포장박스 지원을 약속하면서 그 상자엔 ‘영덕 시금치’로 표기하는 것이었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해가 영덕 땅이란 사실을 지역 사람들은 알지만,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른다”며 “영해 시금치를 더 알리고, 영해초를 영덕 대게를 잇는 영덕의 또 다른 특산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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