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주춤해진 반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감염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성탄절을 낀 주말 이틀에만 오미크론 확진자가 114명 추가됐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년 초 종료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33명 늘어 누적 376명이 됐다. 이 중 215명은 국내감염, 161명은 해외유입이다. 감염자들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어 오미크론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도 3명 늘어 총 177명을 기록했다.
도대체 어디서 감염됐나
최근 국내 오미크론 확산 양상은 처음에 감염된 사람이 누군지, 어디서부터 어디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는지를 모르는 '깜깜이 감염'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오미크론 집단감염의 경우 3건이 최초 감염자의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 해당 3건은 익산 유치원과 부안·정읍 어린이집에서 48명이 감염된 전북 익산시 집단감염, 식당과 노래방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강원 집단감염, 한 가족을 중심으로 퍼진 경남 거제시 집단감염이다.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하는 동안 이들 집단감염 3건에서 오미크론 감염자는 58명, 감염 의심자는 99명으로 늘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오미크론 개별감염 중에도 경로가 미궁에 빠진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대전 1명, 광주 2명, 전북 1명은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달 초 오미크론 변이 확산 초기에는 바이러스가 해외유입 감염자로부터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인천 미추홀구 교회, 아프가니스탄 유학생 등이 촉발한 집단감염은 경로가 명확했다. 하지만 20여 일 만에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감염 경로를 모르면 접촉자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염자가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 추가 전파 위험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아닌 미국·영국 유입 90건
해외입국자를 통해 오미크론이 지역사회에 차례로 퍼지는 n차 감염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구·울산·경남의 미국발 입국자들, 서울 프랑스발 입국자, 부산 아랍에미리트(UAE) 입국자는 모두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인된 뒤 가족들도 잇따라 변이에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되고 있다.
해외유입 사례에서 감염자의 출발지는 미국 69명, 영국 21명, 카타르와 프랑스 각 3명 등 방역당국이 입국을 제한하지 않는 나라도 많아졌다. 미국과 영국에서 온 오미크론 감염자만 90명으로, 전체 해외유입 감염자(161명)의 55.9%나 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오미크론 확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고 지역사회 깜깜이 감염이 이어진다면 내달엔 오미크론이 우세 변이가 될 거란 분석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월 말까지는 오미크론 확산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음 주 상황이 앞으로의 확산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백 명 줄어도 위중증은 1000명대
이에 현재의 거리두기 조치를 예정대로 내년 1월 2일 종료하는 건 이르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2, 3주 추이를 지켜보며 확진자 수를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4,000명대로 줄더라도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하면 금세 배가 될 것"이라며 "지금의 방역 강도로 오미크론을 차단하는 건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거리두기 유지는 중요하다. 입원 중인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이날 0시 기준 1,081명으로, 엿새 연속 1,000명대를 유지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지난 22일 7,455명 이후 매일 수백 명씩 줄며 이날 5,419명까지 내려간 것과 대비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확진자 감소가 위중증 환자 감소로 이어지려면 1, 2주 더 걸린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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