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고요의 바다'
대가뭄이 지구를 휩쓸고 지나간 미래, 한강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고 시민들은 등급에 따라 식수를 배급받고 있다. 오염된 식수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다섯 살을 채 넘기지 못할 정도다. 물 부족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우주항공국은 소속 대원들과 우주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을 달 표면에 세운 발해기지로 급파한다. 정체가 불분명한 샘플을 회수해오라는 지시와 함께. 이 기지는 5년 전 사고로 117명이 사망한 곳이다.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우주 배경의 SF 스릴러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과 광활하고 적막한 우주 공간이 나오고 달 표면이 등장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새로운 시도일 뿐만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도 뛰어나다. 메마른 달 표면의 질감과 우주선 내부, 달 기지 안팎을 꽤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참신함과 진부함이 뒤섞여 있다. 생명의 근원이자 인류를 구원할 자원인 물을 치명적인 존재로 풀어낸 것은 흥미롭지만, 극의 전개 방식은 ‘에이리언’ 시리즈 등 할리우드의 우주 배경 SF 영화들을 엉성하게 짜깁기한 인상을 준다. 원작은 드라마를 연출한 최항용 감독이 2014년 내놓은 동명의 단편영화다. 영화 ‘마더’ ‘미쓰 홍당무’ 등의 각본을 쓴 박은교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배우 정우성은 출연하지 않고 기획자이자 제작자로 작품을 이끌었다.
‘고요의 바다’의 차별성은 달에 물과 비슷한 물질인 ‘월수(月水)’가 있을 것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에 있다.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로 황폐해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는 설정은 흔하지만, 월수가 지구를 구할 수도 절멸시킬 수도 있다는 상상력은 관심을 끌 만하다.
문제는 극적 완성도와 디테일, 연출력이 상상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과학·논리적 오류부터 거슬린다. 달로 향하는 우주선 내부 상황은 일반 비행기와 별다를 바 없고 달 표면의 중력 표현은 어설프다. 첫 우주선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조대를 달로 보낼 수 있다고 믿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데도 달 기지를 5년간 방치했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월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묘사하는 부분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설정이 많다. 두 주인공인 한윤재(공유) 대장과 송지안을 제외하면 조연 캐릭터 구축이 빈약해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느린 사건 전개와 흐름을 깨는 달·지구 장면의 교차 편집이 몰입을 방해한다.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잇따른 성공 덕에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은 높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25일 전 세계 넷플릭스 TV프로그램 중 7위에 첫 등장한 뒤 26일 4위까지 올랐다.
평가는 엇갈린다.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다’는 반응과 ‘전개가 너무 느려 지루하다’는 평이 공존한다. 외신들의 평가도 미지근한 편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늘어지는 부분을 편집하고 5, 6부 정도로 줄이면 좋았겠지만 이런 장르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만하다"고 평했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루한 서사, 반복적 배경, 캐릭터 묘사 부족 등은 우주 SF 장르 팬들을 실망시킬 것"이라면서 5점 만점에 2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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