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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압박에 또 백기?... 정부, '쌀 매입' 입장 180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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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압박에 또 백기?... 정부, '쌀 매입' 입장 180도 바꿔

입력
2021.12.28 22: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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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시기 오면 조치"→ "내년 20톤 매입"
"가격 떨어져 개입" 정부 설득력 떨어져
이재명 "당정 결정 환영", 송영길 "이 후보가 요청"

28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농협 수라청미곡종합처리장에서 관계자가 수매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8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농협 수라청미곡종합처리장에서 관계자가 수매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쌀 20만 톤에 대한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전격 결정하자, 그 배경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여당의 강한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격리에 미온적이던 정부 입장이 뚜렷한 환경 변화 없이 불과 10여 일 만에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농가 소득 보전을 이유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선제적인 쌀 매입 조치를 정부에 요구해 왔다.

28일 당정은 국회에서 쌀값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내년 1월 쌀 20만 톤에 대한 시장격리 조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과 생산량 27만 톤 중 나머지 7만 톤에 대해선 추후 시장 상황을 보고 매입 시기를 결정한다. 이 후보가 여러 차례 요구한 쌀 27만 톤의 시장격리 조치를 당정이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쌀 시장격리는 쌀이 수요량의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쌀을 구매하는 조치다. 시장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올해 쌀 생산은 지난해보다 10.7% 증가한 387만2,000톤으로, 쌀값은 지난 10월 5일 5만6,803원(20㎏ 기준)에서 이달 25일 5만1,254원으로 9.7% 떨어졌다. 시장격리 조치 요건은 일단 충족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하락 폭이 점차 확대돼 시장에 안정화 신호를 줄 필요가 있어 시장격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이 10일 단위로 내놓는 산지 쌀값 동향을 보면 지난 5일 쌀값은 10일 전보다 0.8% 떨어졌으나, 이달 15일과 25일에는 각각 –1.4%, -1.1%로 하락 폭이 커졌다.

그러나 정부는 불과 10여 일 전까지만 해도 시장격리 조치 시행에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쌀 시장격리를 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 건 사실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쌀값이 오르는 등 여러 상황을 살펴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때도 이미 쌀값이 8.8%(10월 5일 대비)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하락 폭이 확대돼 시장격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는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 조치가 소비자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7일 기준 쌀 도매 가격은 20kg당 5만2,450원으로 지난 5년간 쌀 평균 가격보다 16.2% 높다.

이 후보는 이날 당정 결정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1월 24일과 12월 14일, 선제적 시장격리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며 당정 결정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 후보가 시장격리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히며 후보 제안을 당정이 수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뒤늦게 하면서, 이 후보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 후보의 하명에 정부가 동원된 노골적인 '이재명 띄우기'"라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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