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씨리얼' '닷페이스' 등 유튜브 채널
출연 예정 취소에 진보 측 비판 이어져
"페미니즘 반대" 여론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
소수자 의제 비판 부담도 작용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초 예정된 유튜브 채널 '씨리얼' 등에 대한 출연을 '페미니즘을 다룬다'는 이유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사 C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씨리얼'은 27일 이재명 후보와 인터뷰를 예고하는 공지를 올렸다. 그러자 일명 '남초 커뮤니티' 중 하나로 분류되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씨리얼의 출연을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재명 캠프에서 온라인 소통단장을 맡고 있는 김남국 의원이 "의견을 캠프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대안매체 스타트업 '닷페이스' 역시 이재명 후보를 출연시키기 위해 질문을 모으는 등 관련 콘텐츠를 준비했으나 유사한 비판이 제기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자들은 '씨리얼'은 '성폭력 피해 연대자들의 고백'과 같은 콘텐츠를 제작한 것을 문제 삼아 해당 채널이 페미니즘(여성주의)을 다룬다는 점을 지적하며 출연을 반대했다. "출연하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식의 격한 반응도 있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여성주의 정책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지만, 2030 세대에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콘텐츠 채널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논지를 취했다.
이런 주장 이전에 이재명 후보 스스로도 소수자 의제에는 약점을 노출해 왔다. 이 후보는 지난 11월 종교계와의 대화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논의하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논의하면서 "민감한 부분"인 성소수자 차별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는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이 후보를 찾아 해명을 요구하자 "다 했죠?"라는 발언으로 대응한 영상은 이 후보의 태도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널리 퍼지며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윤석열 '토론 회피' 때린 이재명, 정작 '불리한 전장'은 꺼리나
이재명 후보는 앞서 주식시장을 주제로 다루는 '삼프로TV'나 게임 관련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 등에 출연해 해당 채널의 수요층인 증시 투자자나 게이머들의 의제를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다뤘다. 이는 '삼프로TV'에선 부동산 의제를 부각하고 'G식백과'에는 출연조차 하지 않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판정승 평가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신감을 얻은 이 후보와 여권도 윤 후보를 향해 '토론 회피' 공세를 가하고 있다.
그런 이 후보도 '씨리얼'과 '닷페이스'처럼 소수자 의제를 다루는 채널에서는 앞서의 여러 발언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 채널이 젠더 외에도 청소년 빈곤, 기후변화, 1인 가구, 플랫폼 노동 등의 의제를 다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토론'을 피한 것이 광범위한 청년과 진보 의제에서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던 기회를 잃는 악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당장 진보 진영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국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대남'뿐이냐"라며 "여성, 청년, 소수자 의제에 주목하는 미디어에는 출연조차 하지 않겠다는 그 결연함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안티 페미 선동에 휘둘리는 것도 정도가 있다. 불평등한 우리 사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해 온 사람들의 노고를 매도하는 행위"라며 '씨리얼'의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측은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했을 뿐 공식적으로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페미니즘과는 전혀 상관없고, 확정 일정이 아니니 취소한 것도 아니다"라며 "실무 차원의 조율 과정이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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