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싸잡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대선 정국이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윤 후보로선 최근 주춤해진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지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진흙탕 싸움만 가열될 게 뻔하다. 구태 색깔론까지 들먹이는 이런 전략이 국정 비전과 정책을 알고 싶어하는 중도 부동층의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통할지 의문이다.
윤 후보는 29일 보수 텃밭인 경북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 정부에 대해 “무식한 3류 바보들을 데려다 나라를 망쳐놨다” “대선도 필요 없고 곱게 정권 내놓고 물러나는 게 정답이다” 등의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자’라고 비난했던 그는 이 후보와의 토론에 대해서도 “이런 사람과 토론을 해야 하나. 어이없고 정말 같잖다”고 말했다. 또 집권세력을 겨냥해 좌익이념과 북한 주사이론을 배워 민주화 투사처럼 행세한다는 취지로 비난하면서 “이 나라를 사회주의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인지”라며 색깔론도 동원했다.
이런 험하고 거친 발언들은 윤 후보가 최근의 지지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권과의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것은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스윙보터 성격이 강해진 MZ세대와 중도층에는 이런 공세가 오히려 비호감도를 더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윤 후보는 정권심판 여론만 모아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르나, 후보의 역량과 국정 비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심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최근 정권심판론 자체가 줄어든 것도 윤 후보나 국민의힘이 대안 세력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도 거친 말로 지지층을 자극하면 정권심판론이 다시 점화될 것이라고 착각한다면 국민 수준을 무시하고 한국 정치 문화를 후퇴시키는 퇴행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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