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중동 정세는 다사다난했고, 지금도 중동 정치지형 변화는 한창이다. 주요 사건을 돌아보며 새해 중동 정세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첫째,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집권 2년 차를 맞이하는 바이든 정부의 중동 손절 기조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지난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 임무 종료를 공언했다. 워싱턴은 중동 갈등의 기나긴 수렁에서 벗어나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날로 심각해지는 중동 내에서의 미중 갈등이 미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중국의 중동 진출이 경제부문을 넘어 안보 분야로 확대되는 데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중국 국영 해운기업의 아랍에미리트 칼리파항 비밀 군사시설 건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탄도미사일 개발 협력에 대해 우려 섞인 보도를 내놓았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중동 정책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둘째, 12월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된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8차 회담이 새해에 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4월부터 마라톤 협상이 이어져 왔지만 미국과 이란 간 근본적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외교적 합의가 실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고, 그만큼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이스라엘의 나프탈리 베네트 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이란의 반발도 가시화되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대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 빈에서의 최종 담판 결과는 새해 중동 정세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셋째, 작년 한 해 동안 펼쳐진 중동 국가들의 기존 문법을 벗어난 파격적 외교 행보가 새해에도 지속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이란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4월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비밀회담을 갖고 양국 간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12월 6일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 국가안보보좌관이 테헤란을 방문하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만났다. 걸프 아랍 국가와 이란 간 갈등 양상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외교적 새판짜기로 풀이된다.
또한 11월 24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는 앙카라를 방문하여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동하였다. 아랍의 봄 시기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의 정치변동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와 터키는 서로 반대되는 진영을 지원해 왔다. 갈등의 골이 깊었던 양국관계 개선 조짐은 지난해 목도되었던 중동 국가관계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협력의 모멘텀을 구축한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 간의 우호관계는 지난해 한 단계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12월 13일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 총리로서는 역사상 최초로 아부다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정치적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국가들이 어떠한 정세 변화를 겪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난해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어김없이 나타날 것이다. 새해에도 맞닥뜨리게 될 돌발 변수를 염두에 두고 관전 포인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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