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가 세계적 트렌드로 등장한 가운데,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분신을 뜻하는 ‘아바타’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일본에서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닌 캐릭터의 모습으로 동영상을 올리는 ‘버추얼 유튜버’, 이른바 ‘V튜버’가 최근 자신의 아바타에 대한 비방 때문에 고통받았다며 도쿄지방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신문은 “가상 캐릭터에도 현실 인간의 권리가 미치는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고 A씨가 V튜버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9년. 자신은 동영상에 나오지 않지만 대신 아바타 소녀가 등장한다. A씨가 손발을 움직이면 아바타도 함께 움직이고, 입을 움직이거나 표정을 바꾸면 그대로 아바타가 재연하는 방식이다. 캐릭터를 통해 노래나 토크쇼를 하는 A씨의 채널은 수십만 명이 구독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변호사닷컴에 따르면 A씨는 원래 혀 짧은 듯한 발음이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목소리’라며 놀림을 받았고, “말투가 이상하다” “억양이 이상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V튜버로 활동할 때는 오히려 이런 목소리가 개성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가정 환경이 어려워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등졌고 가난한 형편에 진학도 못 한 A씨에게 가상 공간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거의 유일한 터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A씨의 행복은 지난해 산산이 부서졌다. 다른 V튜버로부터 “후배를 괴롭히고 있다”고 지목된 것이다. A씨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인터넷에선 온갖 욕설이 쏟아졌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몇 번이나 죽음이 머리를 스쳤다”는 A씨는 결국 활동을 중단했다.
A씨는 최근 자신을 비방한 V튜버와 이를 전송하고 방치한 구글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대방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 허위 비방 영상을 올린 다른 유튜버들로 소송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재판의 초점은 법원이 아바타에 대한 비난 행위를 A씨 본인에 대한 것으로 인정할지 여부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V튜버로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현실 사회에서 아는 사람이 많으므로, 본인의 명예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며 “가상 캐릭터에 대한 비판과 본인에 대한 비방은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가상 세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난 사실을 시청자는 믿지 않는다”고 반론하고 있다.
비슷한 법률 다툼은 트위터 익명 계정에 대한 비방 관련 소송에서도 진행 중이다. 익명 계정으로 올린 글을 비난한 것이 그 계정 소유자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를 다투는 소송이 여러 건 있다. 이 경우 피고 측은 “일반인이 볼 때 익명 계정과 본인은 연결되지 않는다”고 반론한다. 하지만 과거 재판에서는 ‘닉네임’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016년 도쿄지법 판결에 따르면 예명이나 필명을 적시한 경우도 권리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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