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국가발전 프로젝트' 결과
이봉주씨 치매 예방 아이템 1위(상금 1억) 선정
“엄마, 가수 임영웅 취미 3개가 뭐지?” “축구…나머지는 기억이 안 나네?”
'사소한 통화'로 들렸지만 실상은 의도적인 계산에서 시작된 대화였다. 어르신의 기억력 저하를 막기 위해 선택한 계획적인 문답이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2021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1위로 선정된 '치매 예방 10분 통화'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이다. 16년 차 직장인 이봉주(43)씨가 '따뜻한 생각'을 모멘텀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멘토링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의 미래를 풍족하게 할 지혜 발굴과 더불어 사업화까지 지원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기획된 대한상의의 이번 '창업 오디션'에는 전체 4,704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출품된 가운데 최종 6개 팀이 결선 무대에 섰다. 선정 과정은 SBS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를 통해 생생히 전해졌다.
이씨의 아이디어는 쉽게 말해 영상통화에 치매 진단 테스트(K-MMSE 검사)를 융합한 구상이다. 부모와 자식 간 사소한 통화만으로 치매 진단과 예방을 돕는 시스템이다. 첫 증상 발현 후 병원에 처음 발걸음을 내딛기까지 2년 넘게 걸리는 현실 속에서, 부모와 나눈 전화 통화로 치매 진단과 예방을 앞당길 수 있다는 취지의 아이디어다. 부모에겐 삶의 질 향상, 가족에겐 부담 완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액만 2조 원에 달할 것이란 게 이씨의 판단이다.
이씨의 아이디어는 오디션 초반부터 기업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서류 심사 당시부터 “발전된 기술을 선한 방향으로 써보자는 마음이 좋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김CCO는 “치매 테스트 같은 통화를 부모님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조언을 던졌고, 향후 이씨가 치매 테스트란 느낌을 지워내고, 전문가 지원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완성도도 높였다.
2위엔 세대를 초월한 합작 아이디어로 주목된 ‘코리아 게임’이 선정됐다. 중학생인 윤서영(16)양이 가족과 기획하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적극적으로 도운 ‘코리아 게임’은 증강현실(AR) 게임 기술을 지방자치단체 등이 적용, 관광 아이템을 다양화 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윤양은 전남 강진군과 경북 상주시, 강원 영동지역을 잇는 테마 여행 시제품을 내놓았다. 강진 가우도에서 풍어제 전설을 기반으로 한 ‘AR 물고기’ 게임을 즐기고, 상주 임진왜란 전적지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구슬을 얻는다는 설정이다. 멘토를 맡은 최 회장은 게임업계와 공조하거나, 지자체 5,000여 개 축제와의 협업 등에 대해 집중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3위엔 제도적 환경만 허락한다면, 바로 사업화가 가능한 프로젝들이 뽑혔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의사인 김진현씨는 ‘우리동네 병원’이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김씨는 “국민들은 낮 시간대 진료 위치, 시간, 증상 등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요청하고, 의사들은 이 같은 요청서를 확인한 뒤 야간 진료를 오픈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실제 응급실 경증환자가 많은 시간대는 오후 6~12시 시간대로 성인의 56%, 소아의 74%가 몰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녁에 응급실 아닌 병원 활용법’이 생기는 것이다. 공동 3위를 차지한 ‘폐업도 창업’이란 아이디어를 낸 백명기씨는 “722만 자영업자가 따라할 수 있는 폐업 가이드, 바코드와 연동한 거래물품 정보제공, 중고 묶음 거래 플랫폼 활성화 등을 통해 자영업자의 재기를 도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을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행사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최태원 회장은 “1위 사업뿐 아니라 톱6 아이디어를 대한상의에서 사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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