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의 총파업이 1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송 차질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피해지만, 적당한 소통 창구가 없어 파업이 쓸데없이 장기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정 협의기구를 상설화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배경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지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CJ대한통운 기사 2만여 명 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1,700여 명이 참여했다. 하루 평균 40만~50만 건 정도의 택배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비조합원들도 규정을 벗어난 물량배송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에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파업한다고 하면서 배송을 하는 조합원도 있어 파업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노조는 6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는 등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170원 인상' 시각차 극명
파업의 원인은 지난해 1월과 6월 두 차례 이뤄진 사회적 합의문에 대한 해석 차이다. 택배사, 영업점, 과로사대책위, 정부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해 △택배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업무가 아니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0시간 이내로 한다 △별도의 분류 인력을 위해 택배 원가를 개당 170원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170원 인상'이란 부분을 두고 노조 측은 이 돈을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롯데와 로젠, 한진은 인상분 170원을 모두 기사 처우 개선에 쓰고 있는데, CJ대한통운만 인상분의 60%인 100원만을 내놓고 있다"며 이를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170원이란 숫자 자체는 의미 없다는 논리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타사에 비해 그만큼 자동화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며 "어차피 전체 택배비 중 50%가 수수료로 기사들에게 배분되기 때문에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진다"고 반박했다.
사소한 싸움으로 장기 파업... "사회적 논의기구 상설화해야"
이런 해석 차이 외에도 궁극적으로는 총파업을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소통 움직임이 없다는 문제가 더 크다. 노조는 이번 파업만큼은 끝까지 가겠다고 하고 사측은 택배기사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니 교섭할 일은 없다는 원론만 반복하고 있다. 회사와 택배기사가 중간에 대리점을 끼고 있는 형태라 노사협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했는데, 사회적 합의가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앞선 파업들과 달리 사소한 쟁점을 놓고 노사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회사 측은 사용자라는 인식을 갖고 택배기사들과의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야 하고 노조도 파업 카드를 최대한 아끼는 전략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아예 상설화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이슈가 되자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합의문까지 작성했으나, 후속 작업이 없다보니 분쟁을 막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택배업계 특성상 노사 협의가 여의치 않은 만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지속적인 논의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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