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보다 더 큰 위협은 없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 홍제우 박사가 관련된 이슈와 쟁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불이 붙는 기체, '메탄(methane, CH4)'의 발견은 한때 인류 발전에 큰 희망이었겠으나,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어떻게든 주워 담아야 할 우울한 숙제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기원전부터 아시리아나 중국에서 메탄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본격적인 사용은 인류가 산업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습지, 호수, 자연 산불로나 배출되던 메탄이, 최근 200년간 배출량은 2배가 되었고 농도는 160%나 증가해 버렸다. 빙하를 분석한 결과,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대기 중 메탄 농도는 400ppb(1ppb는 1,000분의 1ppm), 간빙기 때 증가하면서 산업혁명 이전에는 700ppb 정도였다고 한다. IPCC 최신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866ppb에 도달했고,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영국 글래스고)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 출범 소식이 전해졌다. 6대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의 전 세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자는 약속을 담고 있다. 메탄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강력한 지구온난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기 중 메탄의 농도는 이산화탄소(410ppm)의 20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지구온난화의 약 30%에 해당하는 기온 0.5℃ 상승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200년이라면 메탄은 약 9.1년으로 비교적 짧아서, 메탄의 배출량 저감은 기후위기 완화에 단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메탄 배출원은 농축산(43.6%), 폐기물(30.8%), 에너지(22.5%) 순으로 집계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폐기물 매립(27.9%), 벼농사(22.5%), 천연가스 탈루(16.1%)와 축산(16.1%)에서 많은 배출 비율을 나타낸다. 그간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논의하며, 국내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왔다. 폐기물 부분에서 폐기물 발생 저감과 메탄가스 회수 및 에너지화를 통해 400만 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가축 분뇨의 처리와 논 물관리를 통해 농축산에서 250만 톤, 화석연료 사용의 축소 등 에너지 부문에서 180만 톤 저감계획을 세웠다.
NDC 감축목표 이행은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며, 이산화탄소와 함께 메탄의 배출까지도 줄여 갈 수 있을 것이다. 메탄은 농도가 낮으니 측정기기는 비싸고, 유지관리도 어려운 일이다. 미생물의 반응이나 불완전연소, 예기치 않은 탈루로 배출되다 보니 아직은 그 관측값의 해석이나 배출량의 산정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메탄의 농도와 배출량을 연구한 사례는 드물뿐더러 외국의 배출계수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 리 없기에, 기초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상부터 위성까지 입체적인 감시와 함께, 배출된 메탄의 분포와 변화를 추적하는 모델링 연구가 시도되어야 한다. 메탄은 죄가 없다. 꺼내 쓴 우리의 잘못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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