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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오징어 게임'과 비교는 너무 가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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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오징어 게임'과 비교는 너무 가혹"

입력
2022.01.05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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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이후 두 번째 제작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인 배우 정우성.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인 배우 정우성. 넷플릭스 제공

“제작은 역시 어렵네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제작한 배우 정우성이 한숨을 터트리듯 웃으면서 말했다. 자신이 주연까지 맡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2016)를 제작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제작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는 뜻의 웃음이었다. 지난달 24일 처음 공개된 이 8부작 SF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소재의 참신함과 긴장감 넘치는 스릴이 있다’는 호평과 ‘지나치게 길고 지루하다’는 악평이 엇갈리고 있다.

4일 온라인으로 만난 그는 “지난달 24일, 25일은 제정신이 아닌 마음으로 보냈다”면서 “배우로 출연할 땐 캐릭터 구현을 얼마나 해냈는지에 대한 고민만 있으면 되는데 제작자는 전체적 완성도와 작품에 대한 반응도 지켜봐야 하고, 게다가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이다 보니 크게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공개 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평가를 냉정하게 들어보려 노력하고 있고, 내가 무엇을 놓친 건지 계속 반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요의 바다’는 신예 최향용 감독이 2014년 만든 동명의 단편영화를 드라마 시리즈로 옮긴 작품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달 기지에 남겨진 정체불명의 샘플을 회수하라는 지시를 받은 대원들이 임무 수행 중 겪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다. 공유와 배두나가 주연을 맡았다. 정우성은 잠시 목소리로만 출연할 뿐 이번엔 온전히 제작자로만 참여해 작품을 지휘했다. 그는 “인류가 물을 찾아 달로 간다는 역설적인 설정이 매력적이었다”며 “지구를 떠나 달 기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스릴을 구현하는 것이어서 한국적 SF도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고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를 애초에 영화로 제작하려 했다. 여러 영화 투자배급사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보다 안전한 작품이었다. 그는 “무모한 도전이 생명이자 개성인데 그걸 훼손하면 작품의 세계관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며 “그러던 차에 마침 넷플릭스가 투자를 결정해 드라마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민은 달 표면을 어떻게 그려 내는가 하는 것이었다. 딱히 참고할 만한 영화나 드라마도 없었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약 9,000㎡에 이르는 규모의 스튜디오에 세트를 짓고 세트, 시각특수효과(VFX), 발광다이오드(LED) 월을 이용해 달 표면을 구현했다. 작품 속 달 표면 묘사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고요의 바다' 제작 현장. 넷플릭스 제공

'고요의 바다' 제작 현장.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K드라마’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점에 대해선 “가혹하다”면서 다시 한 번 웃었다. “‘오징어 게임’처럼 돌풍을 일으키고 사회적 현상이 되는 작품이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얼마나 될까요. 그런 기준을 빨리 깨야 해요. 그런 기준으로 보면 어떤 작품이 재미있겠어요.”

정우성은 영화감독을 준비하던 중 뜻하지 않게 제작자로 먼저 나서게 됐다. 그는 “'나를 잊지 말아요'의 경우 영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인 감독을 다른 제작자와 이어 주려다 잘 이뤄지지 않아 제작자로 용기를 냈던 것”이라면서 “제작자로 딱히 포부는 없지만 이번 작품에서 얻은 깨달음이나 노하우를 활용해 다른 작품에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꿈꿔 왔던 장편영화 감독 데뷔도 마쳤다. 주연까지 맡은 ‘보호자’라는 작품으로 올해 개봉이 목표다. 그는 연출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연기자를 넘어 감독, 제작자로 보폭을 넓히면서 그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세상에서 우리 작품이 추구하는 요소는 무엇이 돼야 할까. 무엇을 달성하기 위해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걸까. 본질은 작품의 세계관일 텐데 다른 걸 추구하는 데 무게가 더 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앞으로의 배우 정우성, 감독 정우성, 제작자 정우성은 어떤 고민을 더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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