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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엽기살인 남일 아냐"… 폭력에 노출된 스포츠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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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엽기살인 남일 아냐"… 폭력에 노출된 스포츠센터 강사

입력
2022.01.08 11:00
수정
2022.01.0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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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센터 대표, 20년 인연 직원 술자리 폭행
실형 받고 법정구속… "다른 강사들도 폭행 피해"
업계 "체육계 알음알음 채용… 직장도 위계관계"

독자 제공

독자 제공

"졸고 있었는데 소주병이 바닥에서 '펑' 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놀라서 고개를 들자마자 (누군가에게 맞아서) 눈앞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는 표현처럼요."

2020년 9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소재 스포츠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던 B씨는 회식 자리에서 센터 대표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B씨는 경황이 없어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있었던 다른 강사로부터 'A대표가 소주병을 바닥에 던지고 B씨를 때렸다'는 진술을 들었다. B씨는 이 일로 눈 주위에 멍이 드는 등 전치 8주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8년 가까이 함께 일했던 대표의 폭력은 B씨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B씨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눅드는 기분이라 지금도 (A씨를) 마주치기가 두렵다"며 "최근 일어난 스포츠센터 (살인)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대문구 소재 스포츠센터 대표가 직원을 엽기적 방법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체육시설 종사자 간 '갑질 폭행'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행상 직원 채용이 대부분 공개 모집이 아닌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이뤄지다 보니, 사적으로 맺어진 상하관계가 직장 내 부당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스포츠센터 대표, 직원 폭행으로 법정구속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5단독 허정훈 판사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B씨는 재작년 폭행 사건 직후 직장을 그만두고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같은 해 12월 일산동부경찰서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A씨를 기소하면서 지난해 5월부터 1심 재판이 진행됐다.

A씨는 재판에서 B씨를 폭행한 사실을 부인해왔다. 선고를 앞두고 한국일보와 통화할 때도 "내가 혐의를 부인하다는데, 애초 사실이 아닌데 '부인한다'는 말이 성립하느냐"고 말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여러 차례 술자리에서 센터 강사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입장이다. B씨가 경찰에 제출한 경위서에 따르면 A씨는 2016~2018년 세 차례에 걸쳐 B씨를 포함한 강사 6명을 폭행했고, 그중 한 번은 B씨와 다른 3명이 A씨에게 뺨을 맞았다고 한다. A씨가 실질적 운영주인 강북구 스포츠시설에서 근무했던 C씨도 "체육시설에서 대표가 횡포를 부리는 일은 흔한데, A씨는 워낙 폭력적이라 나중엔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또 술 먹고 사고쳤구나'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체육계 복종 문화에 피해 감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선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공고한 체육계 문화가 고용관계로 이어지면서 직장 폭력이 고질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스포츠센터 강사만 해도 대표가 특정 대학 체육과 출신이나 운동을 매개로 알게 된 이들을 알음알음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그만큼 갑질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B씨도 20년 전 수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시설 담당자인 A씨와 알게 됐고, 이후 선후배 사이로 관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업계 특성상 피해자가 신고를 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체육계에선 고용주의 폭력이나 갑질이 발생하더라도 '가까운 사이니 거칠게 대할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무마되는 사례가 많다"며 "업계가 좁다 보니 부당한 일이 있어도 신고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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