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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만에 안방 '철옹성' 무너진 GM… 도요타에 美 시장 1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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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만에 안방 '철옹성' 무너진 GM… 도요타에 美 시장 1위 뺏겼다

입력
2022.01.05 18:10
수정
2022.01.05 18: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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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처음으로 외국계 자동차 판매 1위
日 2011년 대지진 후 핵심 재고 확보
'안방 불패' 안주하던 미 기업에 경각심

4일 미국 일리노이주 알곤퀸의 도요타 대리점 입구에 회사 로고가 놓여 있다. 알곤퀸=EPA 연합뉴스

4일 미국 일리노이주 알곤퀸의 도요타 대리점 입구에 회사 로고가 놓여 있다. 알곤퀸=EPA 연합뉴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90년 만에 처음으로 안방 시장 1위를 빼앗겼다. 철옹성을 무너뜨린 건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 지난해 자동차 업계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두 회사의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차량 233만2,000대를 팔아 ‘터줏대감’인 GM(221만8,000대)을 약 11만 대 차이로 따돌렸다. 미국 시장에서 외국계 자동차 회사가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M이 시장 선두를 다른 회사에 내준 것 역시 한 세기 가까이 없던 일이다. GM은 1931년 경쟁사인 포드를 꺾고 미국 판매량 1위에 오른 뒤 90여 년간 왕좌를 지켜왔다.

이변의 주요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부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다. 지난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줄곧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시달렸다. GM 역시 수차례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고, 이에 따라 미국 시장 판매량도 전년 대비 13% 가까이 줄었다.

이에 반해 위기에서 다소 비껴 있던 도요타 판매량은 10% 넘게 늘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공급망이 무너졌던 경험을 교훈 삼아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재고를 여유 있게 확보한 덕분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도요타는 대지진 이후 주요 부품 비축량을 꾸준히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도요타 왕조’가 올해도 이어질 거란 관측은 높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반도체 수급 변수에 의한 일시적 상황”으로 규정하며 공급난이 해소될 경우 바뀐 순위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프라 투자 법안에 미국 제조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점도 GM의 주도권 탈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잭 홀리스 도요타 미국법인 수석부사장 역시 이날 “1위 유지는 우리의 목표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역전이 ‘안방 불패’ 신화 속에 안주하던 미국 기업에 경각심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교수는 “올해 도요타가 GM을 또다시 넘어서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동차 산업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며 “미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미국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다른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도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19% 늘어난 78만8,081대를, 기아차는 19.7% 증가한 70만1,416대를 팔았다. 혼다와 폭스바겐, BMW 등도 작년에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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