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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암석을 뚫고... " 러시아 혁명의 미술 '아방가르드'에 빠지다

입력
2022.01.05 20:52
수정
2022.01.05 21: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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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식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전시 개막식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과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등 내빈이 김영호(오른쪽 첫 번째) 교수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전시 개막식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과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등 내빈이 김영호(오른쪽 첫 번째) 교수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나의 시는/ 힘겹게/ 세월의 암석을 뚫고/ 묵직하게/ 거칠게/ 생생하게/ 출두하리라./ 시가 묻힌/ 시집들의 분묘에서/ 우연히 강철의 내 시를 발굴한/ 당신들은/ 존경심에 가득 차/ 그것들을 어루만지리./ 낡았지만/ 여전히 무시무시한 무기인 양."

5일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 개막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성우 배한성의 목소리로 20세기 러시아 혁명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시 '목청을 다하여'의 한 대목이 울려퍼졌다. '혁명의 미술'을 표방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걸작을 선보이는 이날 전시에 걸맞은 시구였다.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동서 이념 대립과 냉전에 의해 60년 이상 빛을 보지 못했던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작품 75점을 소개한다. 추상미술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와 카지미르 말레비치부터 미하일 라리오노프, 나탈리아 곤차로바,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등 20세기 현대미술과 건축,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러시아 거장의 작품들이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 전시 개막식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 전시 개막식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서유럽 중심으로 짜여 왔던 근대 미술의 지평을 러시아를 포함한 비서구권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전시 의의를 밝혔다. 동시에 전쟁과 혁명의 격변기를 살았던 러시아 혁명가들의 삶에서 동시대성을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2022년 오늘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이끈 거장을 다시 불러보는 건 우리가 변화와 혁명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하는 일"이라며 "예술의 힘으로 사회 변혁과 문화 개혁을 꿈꾼 예술가의 신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짚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격려사에서 "러시아 아방가르드라는 산맥을 통과하지 않고는 현대미술에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중요한 20세기 전반의 역사"라며 "유럽이나 미국 미술에 비해 이상하게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접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오랜만에 수준급 전시를 볼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이데올로기에 막혔던 예술의 보고를 열어젖힌 이번 전시는 때마침 2020년 한러 수교 30주년과 맞물리면서 가능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상대적으로 짧은 양국의 외교 역사에도 문화 교류는 가장 성공적인 분야"라며 "특히 문화 행사는 양국 역사의 일부로서 양 국민을 연결시키는 정서적 토대를 강화한다"며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 전시 개막식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 전시 개막식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전시된 작품은 러시아 국립 미술관인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을 중심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 미술관, 니즈니 노브고로드 미술관, 연해주 미술관 등에서 왔다. 모두 러시아 연방 문화부에서 문화재로 등록·관리하고 있는 국보급 작품들이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한때 퇴폐 미술로 찍혀 종식을 고했지만 이내 구미 중심 미술사의 지평을 넓히는 예술 사조로 부각됐다. 국내 추상미술과 단색화 탄생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는 4월 17일까지.

이날 개막식에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안영집 전 주싱가포르 대사,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 등과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 김선광 롯데문화재단 대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남영진 KBS 이사장 등 문화계 인사 70여 명이 참석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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