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임인년(壬寅年)으로 육십갑자 중에 39번째에 해당하여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날치가 2020년에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던 '범 내려온다'라는 노래가 더욱 기세를 탄다. 호랑이와 범을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 것이 더 익숙한지 짚어 볼 일이다.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날렵하고 사나운 동물을 일컫는 말인 '호랑이'와 '범'은 그 어원이 다른 동의어이다. 어느 것이 순우리말이고 어느 것이 한자어에서 유래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범'이 한자어라고 알고 있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범'의 한자어를 알려 달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호랑이'의 원어 정보는 '虎狼이'처럼 한자어와 우리말 접미사를 결합하여 표기되었다.
'虎狼'은 범을 뜻하는 '虎(호)'와 이리를 뜻하는 '狼(랑)'이 합쳐져 '호랑이와 이리'라는 의미였다. 명사형 접미사 '-이'가 합쳐져 '호랑이'로 나타나게 된 것은 19세기의 일인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호랑이'의 의미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다('새국어생활' 통권 제84호, '호랑이의 어원' 참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호랑이'로 나타나는 속담은 44건, '범'으로 나타나는 속담은 58건, 관용구가 7건인 것을 보면, 순우리말인 '범'의 역할이 큰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우리말에서 순우리말과 한자어의 구분을 잘못 알기 쉬운 단어들이 많다. '겁(怯)'이나 '귤(橘)'이 그렇다. '수박'은 순우리말인 것을 구분하고 나면 더욱 재미있다. 2022년은 범처럼 더욱 용맹하게 견뎌 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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