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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부의 설립, 새 정부에 바란다

입력
2022.01.1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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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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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으로 수그러들기를 기대했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여러 변이체를 만들며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다.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감염병도 더욱 거세게 사람과 가축을 공격할 것이다. 생태학자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창궐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불균형이 곧 재난의 진앙지인 것이다. 이러한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려고 매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모여 해결책을 찾고 있다.

기후변화협약과 병행해 전 세계의 생태환경과 생물자원에 대한 국제 질서와 인식을 재편하려는 것이 곧 생물다양성협약(1992년)이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과 아울러 후속 실행협약인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2010년)에 가입하였다. 우리가 국립생물자원관(2007년)을 설립하여 국내 바이오산업을 지원하고, 국립생태원(2013년)을 설립하여 자연 생태계와 생물종 보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적 대응만으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그리고 생물산업 지원과 생태계 보전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이 시점에 우리가 직면한 미래의 도전 과제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그것이 바로 환경생태부 혹은 생태환경부의 설립이나 개편안이다.

과거에는 환경과학과 환경공학적 방법으로 훼손된 자연환경을 치유하고, 자연생태계를 오염으로부터 방지하는 것이 환경 분야의 주된 과제였다. 그러나 미래에는 생태학적 지식을 이용한 생태계의 복원과 관리, 회복력에 더욱 큰 관심을 집중하여야 한다. 기존에 구축된 환경공학적 기반에 더하여 생태학적 소프트웨어 정책이 융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생태부, 생태청 또는 생태전환부를 설치하였다. 우리나라도 동강댐 백지화(2000년), 청계천복원사업(2003~2005년) 등의 전환기적 사건을 겪으면서 자연의 보전과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환경생태부를 설립한다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젊은 세대에게 절실한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연보호, 생태산업,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빅데이터 창출과 관리, 감염병 매개생물 연구와 관리 등과 같은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미래 세대의 관심과 활약이 꼭 필요하다. 코앞에 닥친 인류의 재난을 미래의 기회로 삼는 새 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배연재 고려대 교수·전 국립생물자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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