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시민 "이재명이 살아남은 건 기성 언론 영향력 압도적이지 않다는 증거"
알림

유시민 "이재명이 살아남은 건 기성 언론 영향력 압도적이지 않다는 증거"

입력
2022.01.07 15:00
수정
2022.01.07 15:35
0 0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미디어 비평
"언론 눈 밖에 났던 사람이 대선 후보
20세기 기준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
"박근혜는 대통령이 된 게 잘못...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건 8할이 언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6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 출연해 기성 언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캡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6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 출연해 기성 언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캡처

정치평론 재개를 선언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미디어 비평에도 나섰다. 정보 유통과 지식을 독점했던 기성 언론(레거시 미디어)을 개혁하기보다는 수준 있는 뉴미디어를 제대로 소비하는 게 우리 사회 발전에 이롭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유 전 이사장은 6일 밤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의 '강진구의 인사이트' 코너에 출연해 "현재의 언론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진행자 강진구 기자는 경향신문 소속이다.

유 전 이사장은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더 이상 압도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라고 했다. 그는 "매스미디어의 구박을 받고 눈 밖에 났던 사람이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된 상황 자체가 20세기 기준으로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품격을 중요시하는' 레거시 미디어의 시각에선 이 후보가 함량 미달의 거친 언행을 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고 했다.

반면 레거시 미디어가 여론을 압도했던 과거의 예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박근혜를 만든 것은 8할이 언론, 특히 보수 언론"이라고 단언했다.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며 치켜세우거나, "단문밖에 구사 못하는 '베이비 토크'를 '간결 화법'이라고 칭찬했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직을 이용해서 나쁜 짓 해야지 마음먹은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대통령이 된 게 죄"라고 했다. 결국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언론이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레거시 미디어가 묵시적 공동 행동으로 특정 후보를 띄워도 뉴미디어가 중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미디어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레거시 미디어가 압도적 위력을 잃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삼프로TV'에 대해 "레거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한 큐에 반전시켰다"고 극찬했다.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추월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삼프로TV 출연 콘텐츠 내용이 꼽히고 있다. 구독자 수 180만 명이 넘는 삼프로TV는 국내외 주식을 포함해 경제 분야를 두루 다루는 유튜브 채널로 최근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4명의 대선 주자들이 각각 출연해 자신의 경제 정책을 밝혔다.



"정보유통·지식 독점권 잃어가는 언론...중세 말 토지귀족 같아"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1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1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유 전 이사장은 손석희 JTBC 해외순회특파원이 저서 '장면들'에서 밝힌 레거시 미디어의 네 가지 특성에 빗대 현재 언론을 이렇게 묘사했다. "①사실을 중시하지도 탐사하지도 않고 일부러 가짜뉴스를 섞으며, ②충돌하는 이해관계가 있을 때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경우가 태반이거나 자기 이익을 위해 보도하며, ③이념의 형평성을 지키기보다는 이념 집단이 됐고, ④내용 없는 조은산의 말을 인용할 정도로 품위를 잃었다."

그는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는 정보유통·지식 독점권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지 독점권을 잃어가던 '중세 말 토지귀족'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래서 레거시 미디어는 "문화적 변화를 추동하는 세력에 적대적"이고 "새로운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때문에 다소 신경질적이며 독자와 상호작용(인터액션)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러한 언론의 행동양식이 집결됐던 사건이 2019년 '조국 사태'라고 봤다. 기자들이 현 정부와 여당이라는 권력 비판에 지나치게 몰두한 것 같다는 강 기자의 말에 그는 "모든 권력에 같은 잣대였다면 괜찮았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권력화는 보지 않았거나 필요악으로 여긴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겐 배우자와 자녀의 범죄를 권력형 비리로 몰아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댓글에 반응하지도 않았고, "지식인으로서의 책임도 감당하지 않았다"며 개별 기자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아들의 입사지원서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수석의 사의를 즉시 수용했다. 연합뉴스

아들의 입사지원서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수석의 사의를 즉시 수용했다. 연합뉴스

유 전 이사장은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며 언론이 단편적 사실 보도만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첫 예시로 MBC의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입사지원서' 보도를 들었다. 유 전 이사장은 "김 전 수석의 아들이 조현병으로 오래 고통받았고 아버지 모르게 입사지원서를 쓰면서 아버지를 거론했으나 취직이 안 됐다는 게 진실"이라며 보도가 된 것은 진실을 구성하는 여러 팩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보도도 같은 의미에서 "되게 재밌는 사건", "진짜 희한한 세상"이라고 반어적으로 말했다. "엄청난 성범죄와 뇌물 범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와 그를 봐준 검사들은 처벌받지 않고, 너무 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외국으로 도망가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처벌받을 위기에 놓였다"는 의미에서다.


"기성 미디어 비판적으로 보면서 수준 있는 뉴미디어 이용"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진행하는 '강진구의 인사이트'에 출연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캡처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진행하는 '강진구의 인사이트'에 출연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캡처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레거시 미디어 비평 끝에 유 전 이사장이 내린 결론은 뉴미디어다. 그는 레거시 미디어가 영향력을 잃었다는 측면에서 "언론 개혁에 목매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기성 미디어 보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면서 수준 있는 뉴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레거시 미디어도 변화할 수는 있겠지만 "별로 기대 안 한다"고 했다. 소통하지 않으니 독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구독을 끊는 것뿐'이라는 말도 더했다. 그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나를 대변해 주는 신문이라 느끼고 20년 넘게 봤는데 2년 전부터 그 두 신문을 보는 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됐다"며 "미워서가 아니라 힘들어서 끊었다"고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은 "독자에겐 구독하든가 말든가 선택만 남아있다"며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독자들도 그럴 거다. 저는 받아들였다"고 했다.

윤주영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