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1964년 금연 보고서
1964년 1월 11일 토요일, 미국 공중보건국이 흡연의 폐해를 공식 확인한 사실상 첫 금연보고서를 발표했다. 굳이 주말을 선택한 까닭은 증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흡연의 유해성 연구 보고서는 1930년대부터 학계와 보건 관련 단체 등에 의해 꾸준히 이어졌지만, 담배업계 반박 연구와 홍보로 진위 논란도 지속됐다. 1960년대 미국 담배산업은 약 66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주요 수출업종이었고, 흡연 인구는 남성 52% 여성 35%에 달했다. 당시 급증한 폐암 주원인을 두고도 대기오염과 석면, 방사성물질을 꼽는 측과 담배를 지목한 측으로 나뉘었다. 1957년 6월 공중보건국장 리로이 버니(Leroy E. Burney)가 보건국 공식 입장으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논란을 끝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거기엔 미국 특유의 개인(선택)의 권리와 기업활동의 자유란 이슈가 겹쳐 있었다.
1961년 6월, 미국암협회와 심장협회, 국립결핵연구소, 공중보건학회 등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냈다. 국가 차원에서 담배의 진실을 파헤쳐 보자는 청원이었다. 이듬해 6월 신임 공중보건국장 루서 테리(Luther L. Terry)는 찬반 진영을 아우르는 대규모 위원회를 구성했다. 식품의약국과 연방통상위원회, 미국의학협회, 담배업계 연합 로비단체인 담배위원회(TI) 등이 전문 자문위원들과 함께 참여했다. 위원회는 7,000여 편의 담배·보건 관련 보고서를 1963년 말까지 검토 분석했다. 그 결과가 1964년 1월 보고서였다.
흡연자 사망률이 비흡연자보다 70% 높고, 폐암 가능성은 9, 10배나 높으며, 만성 기관지염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게 보고서 요지였다. 이듬해 미 의회는 담배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흡연 폐해를 담뱃갑에 명시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갤럽 설문조사 결과 흡연의 암 관련성을 인정한 시민은 1958년 44%에서 1968년 78%로 늘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시민 일상과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보건보고서가 그렇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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